기재부 전성시대?…내부 직원들은 '체감 안 돼, 잘해야 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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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 출신 기획재정부 A 사무관의 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 공무원들이 요직에 대거 중용되면서 '기재부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내부에선 이같은 표현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현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의 약진이 유독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부조직 구조상 기재부 출신이 요직에 발탁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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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공무원 "전성시대, 차관급 이상 고위직에 해당하는 얘기"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직원으로서 (윗분들이) 잘 안되는 것보단 좋은 일이지만, 저희한텐 너무나 먼 얘기라……"
행시 출신 기획재정부 A 사무관의 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 공무원들이 요직에 대거 중용되면서 '기재부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내부에선 이같은 표현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실무진 입장에선 '전성시대'임을 체감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모든 비판의 화살이 기재부를 향할 수도 있어서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기재부 출신 공무원 4명이 주요 보직에 지명되거나 임명됐다. 지난 22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고,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됐다. 같은 날 김병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은 기재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 날인 23일에는 김범석 기재부 차관보가 공석이 된 경제금융비서관 자리에 발탁됐다. 특히 김 차관보는 정책조정국장에서 차관보에 오른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최단기 차관보' 기록을 쓰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 부처 안팎에선 '기재부 전성시대'란 말이 나온다. 현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의 약진이 유독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가 기재부 관료보다 학계나 정치권 출신을 선호했던 점과 대비되면서, 기재부 출신 등용은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외부의 부러운 시선에도 정작 기재부 직원들은 '잘 나가는' 상황이 잘 체감되지 않을 뿐 아니라 좋기만 한 일도 아니라는 목소리다.
B 사무관은 "당장 내부의 인사 적체에 관심이 많으면 많았지 윗분들이 잘 풀리고 못 풀리는 데 크게 관심을 두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과장급인 C 관계자는 "전성시대라는 게 결국 차관급 이상 고위직들의 이야기"라며 "오히려 '기재부의 나라'가 되면 경제가 어렵거나 안 좋은 사건이 있을 때 모든 비판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정부조직 구조상 기재부 출신이 요직에 발탁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기재부 출신이 타 부처에 비해 업무적으로 월등하게 뛰어난 건 아니지만 총괄하고 조정하는 능력만큼은 탁월하다"며 "기재부의 업무 자체가 전체적인 방향을 잡는 일이 많다 보니 선출직 권력 입장에서 기재부 사람을 시키는 게 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위직 공무원 사이에선 현시점에서 기재부가 유독 부각되는 데 따른 걱정도 엿보였다. 자칫 역풍을 맞아 통상 기재부 출신이 가는 자리에 다른 출신이 오진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다. 국장급 D 관계자는 "국장 이상이 되면 옷 벗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인데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s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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