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55만 찍고 하락세…호불호 갈린 '오펜하이머' [N초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올해 여름 기대작 중 하나는 단연 '오펜하이머였다.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담은 이야기. 국내에서 팬덤까지 구축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인 만큼, 개봉 전부터 상당한 화력을 예상케 했으나, 막상 개봉 후에는 더딘 흥행세로 주로 언급되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오프닝 스코어가 가장 화려했다. 지난 15일 개봉 당일 하루에만 55만2942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놀라운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는 '테넷'(13만명), '덩케르크'(22만명), '인터스텔라'(22만명), '다크 나이트 라이즈'(44만명) 등 그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선보였던 모든 작품들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였다.
'오펜하이머'는 올해 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아바타: 물의 길'의 지난해 12월14일 오프닝 스코어 35만명도 넘겼다. 이에 더해 올해 개봉한 외화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22만명을 기록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보다 2배가 넘는 관객 동원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뒷심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광복절 당일 개봉 기록적인 오프닝 스코어를 찍었지만 2일째에는 관객수가 급감, 14만6800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드롭률은 전일 대비 -73.5%나 급락했다. 개봉 첫 주말에도 18일엔 약 15만명, 19일엔 약 34만명, 20일엔 약 27만명의 관객을 동원, 오프닝 스코어 보다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오펜하이머'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돌파, 6일 만에 150만 돌파에 성공했지만, 관객수는 점점 감소됐고 뒷심은 더욱 약화됐다. 스코어가 점차 하락한 이유로는 실관람객들의 평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반드시 큰 스크린에서 보지 않아도 되는 전기 영화라는 점, 볼거리보다 인물의 섬세한 감정선과 밀도 높은 대사로 채워졌다는 점, 핵 개발 딜레마와 청문회가 지루하게 다뤄졌다는 점 등이 불호 요소로 꼽혔다.
당초 '오펜하이머'는 예비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마케팅 포인트가 많았다. 특히 한 인물의 스펙터클한 내면을 다룬 전기영화라는 점보다는 제로 CG로 구현한 핵 폭발 실험, 영화 역사상 최초 흑백 IMAX 카메라 촬영, 영화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생생한 선명도 등을 중점적으로 홍보해 스케일에 대한 기대감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IMAX 상영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첫날 관람 열기도 뜨거웠으나 이는 꾸준한 흥행세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영화 정체성과 다른 포인트를 기대 요소로 내세운 낚시성 마케팅 전략이 가른 호불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작품의 본질과 가치, 타깃을 명료하게 드러내지 않은 마케팅 탓에 개봉 후 기대치가 급락했고 호불호 반응만 대거 양산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 대중의 호불호도 크게 갈린 작품"이라며 "화려했던 마케팅이 높인 기대치가 역효과를 낸 경우"라고 봤다. 이어 그는 "마케팅이 만든 이미지는 개봉 이후에는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실관람평의 입소문이 더욱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오펜하이머'는 일부 평단이 언론시사회 이후 극찬을 한 작품으로 기대치가 더 올라간 작품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평단의 호평은 상당했지만 상업영화의 흥행은 관객이 결정한다"며 "결국 대중성 측면에서 관객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화의 본질을 흐린 마케팅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에 대한 소비가 더욱 깐깐해지면서 개봉 직후 입소문이 영화의 흥망을 즉각적으로 결정하는 요즘이다. 지속적인 입소문을 고려한 마케팅이 아닌, IMAX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기대와 달랐던 영화에 실망한 결과가 잇따를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오펜하이머'가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 흑백 IMAX 촬영이나 제로 CG가 영화에서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화가 중점적으로 담아냈던 오펜하이머의 핵 개발과 관련한 딜레마가 극장 밖 담론으로 확장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 작품의 소구력이 국내 관객들에게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IMAX를 비롯한 특별 상영관 마케팅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영화계 현실도 있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볼 영화, 보지 않아도 되는 영화에 대한 구분을 두면서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에 대한 마케팅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영화 관람료의 가치를 따져볼 수밖에 없는 관객들에겐 일반 상영관에서의 관람보다 약간의 금액을 더한 압도적 크기의 스크린을 통한 영화적 체험이 더 의미있는 소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영화 관람 문화에서 관객들이 느끼고 싶어 하는 영화적 만족도와의 접점을 정확하게 간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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