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데 갑질엔 익숙' 대한축구협회의 민낯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정도면 행정력 마비다. 대한축구협회는 잼버리와 태풍으로 FA컵 4강전을 연기시키는데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일처리와 함께 그동안 이어져왔던 FA컵 결승전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자신들의 잘못한 일을 때웠다.
여기에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A대표팀 감독은 국내보다 외국에 더 오래 지내며 '재택 근무'를 하는 것을 오히려 독려하고 있는 모양새.
이미 올해 초 승부조작범 사면 논란과 2023 여자 월드컵 실패 등을 겪은 상황에서 연달아 터지는 행정 마비급 일처리는 정말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축구 최고 기관으로 가지는 갑질만 하는데 정작 무능한 행정 수준을 보여준다.
▶K리그 구단을 바보로 만드는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에게 있어 K리그는 그저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존재였을까. 잼버리 파행으로 K팝 콘서트가 예정되면서 갑자기 정부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쓰겠다고 6일 발표했다. 이에 협회는 찍소리도 못하고 9일 예정됐던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간 FA컵 4강전을 연기했다.
정부가 하루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콘서트 장소를 바꿨고 이번에는 FC서울이 그 유탄을 맞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국내 최상급이었지만 콘서트 개최로 인해 잔디가 심하게 훼손됐고 결국 국민 세금을 투입해 잔디 복구를 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19일 K리그 경기를 겨우 치렀다.
결국 잼버리 사태를 통해 전북과 인천은 경기 자체가 아예 연기돼 경기 준비를 완전히 망쳤고, 서울도 훼손된 잔디 속에 향후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 대한축구협회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정부 앞에서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방관하며 K리그 구단이 피해를 볼 때 어떤 목소리도 대변하지 못했다. 전북과 인천 구단은 제 3지역인 대전에서 경기를 하겠다고 합의 봤으나 이마저도 협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의 서귀포에서 FA컵 4강전을 대한축구협회가 경기 한 시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일방적으로 경기를 연기해 논란을 만들었다. 이유는 '태풍 우려'였다. 하지만 경기 연기가 결정될 당시 현장은 엄청난 비가 쏟아진 것도, 거센 바람이 몰아친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태풍은 미리 예견돼있었다. 경기를 연기하려면 미리 했어야 했다. 하지만 제주도까지 온 포항 구단은 경기 한시간전에 협회의 일방적 연기에 경기도 해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인천 구단은 미리 전주에서 가서 경기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철수했고, 포항 구단도 제주까지 가 쓴 비용 등을 허공에 날렸다. 대한축구협회가 K리그 구단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었다.
잼버리와 태풍 등으로 인한 FA컵 파행은 더 큰 논란을 낳았다. 바로 대한축구협회가 스스로 FA컵 결승전을 홈&어웨이로 해오던 규칙을 바꿨기 때문. 결승 1차전이 예정된 날 4강전을 하고, 결승전은 단판으로 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국내 축구 아마추어와 프로를 통합해 최강자를 가리는 대한축구협회 최고 권위 대회의 규칙을 축구협회 스스로의 잘못으로 바꾼 것이다.
스케줄 조정 과정에서 4강 진출 구단과는 협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비난도 커졌다. 이 과정에 K리그 관계자들은 협회의 갑질 행정과 일방적 소통에 분노했다. 한 관계자는 "우린 뭐 협회가 하라는대로 해야만 하는 곳으로 아는가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클린스만 사태에 방관
지난 2월 선임한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의 문제에 대해서도 끌려 다니고 있는 축구협회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부터 지금까지 해외에 있던 시간이 국내 체류 시간보다 길어지면서 대표팀의 근간인 K리그와 국내 축구에 대한 홀대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내 언론을 상대로 미국에 있으면서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명단 발표 역시 온라인으로 하겠다고 알린 상황. 특히 한국 팬들은 클린스만이 미국 방송에 나와 국내 대표팀 이야기가 아닌 리오넬 메시 이야기와 EPL 관련 내용만을 다룬 소식을 접하자 팔자 좋은 감독이라는 비판도 하고 있다.
또 한달 후면 대회를 가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황선홍 감독과 선수차출로 인해 갈등도 빚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게임 최종명단 확정된 선수를 대표팀 평가전 선수로 뽑겠다고 하자 황 감독은 대회를 목전에 앞둔 상황인 만큼 양해를 부탁했지만 합의가 되지 않은 것.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얼마나 중요한 대회인지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연히 외국인 감독인 만큼 이 부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한축구협회의 모습. 협회는 외인 감독과 아시안게임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 역할을 하는 협회 관계자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취재 결과다.
역대 외국인 감독 최장기간 데뷔승 불발의 기록까지 가지고 있는 '한국에 없는 한국 대표팀 감독' 클린스만. 이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을 제어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되는 협회 행정 헛발질
단순히 이런 일만 부각된 게 아니다. 3월에는 승부조작범을 사면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사진이 총사퇴하는 대소동을 빚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이상민(충남 아산)을 뽑았다가 협회 규정상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는 규정을 스스로 어겼던 것이 확인돼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대체자인 김태현(베갈타 센다이)을 발탁하는 것도 대한체육회와 발표 시기에 대한 합의도 하지못해 비인기 종목이 주목받아야할 대한체육회 행사에 축구 관련 이슈가 뒤덮는 해프닝마저 일어났다.
또한 협회가 관장하는 심판위원회에서 최근 K리그 경기들에서 납득할 수 없는 심한 반칙들에 대해 아무런 징계없이 넘어가자 팬들 사이에선 협회와 관계된 특정팀에 대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2023 여자월드컵에서 한국 여자대표팀의 1무2패 조 최하위 탈락의 참사에 대해서도 어떤 반성이 나오고 있는지 축구인들 사이에선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의 최고 기관이기에 가지는 갑질 마인드만 남아 일방적인 행정과 소통으로 찍어누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건 '소통'이다. 소통 없이 내부에서만 일처리를 하고 자신들이 결정한 부분을 외부에 통보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으니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불신만 더 쌓이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딱 올해만 봐도 수없이 많은 논란을 양산해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역할도 해내지 못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축구인들과 팬들은 '협회에는 월급도둑만 있나'며 행정과 소통이 마비된 현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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