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천국’이 만들어낸 차?...폭스바겐도 현대차도 제쳤다는데 [신짜오 베트남]
이 그룹 자회사인 전기차 회사 빈패스트(VinFast)가 뉴욕증시 나스닥에 상장하는 날 정말 전세계가 놀랄만한 기록이 나왔습니다.
미국 증시 거래 첫날인 15일(현지시간) 주당 37달러를 넘는 높은 가격으로 마감하며 시가 총액이 850억 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가는 그 이후 시나브로 내려가 18일(현지시간) 기준 주당 15.4달러까지 내려온 상황입니다. 하지만 15일 기준 당시 시총 639억 달러의 폭스바겐, 480억 달러의 포드, 460억 달러의 제너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을 모두 뛰어넘는 기록을 쓰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나스닥 상장을 위해 스팩 회사인 블랙 스페이드와 합병했습니다. 합병당시 빈패스트의 시가총액은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할 예정이라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에 상장되어 있는 현대차와 엇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하며 시총 기준으로는 빈패스트가 현대차 보다 커진 상황입니다.
빈패스트 입장에서 남은 과제는 앞으로 이 시총을 지켜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벌써부터 주가 급락세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2021년 11월 테슬라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상장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주가상승은 단기였습니다. 11월 나스닥에 상장한 리비안은 공모가(78달러)보다 29.14% 오른 100.73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그날 종가 기준으로 리비안 시가총액은 860억 달러(약 101조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꿈을 먹고사는 전기차 산업 특성상 리비안이 보여준 비전이 투자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리비안 주가는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고 말죠. 주가는 폭락해 주당 14달러 밑으로 내려갑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가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선 리비안, 루시드, 로즈타운모터스의 역사를 빈패스트가 재현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베트남 체류당시 지인의 차량으로 쓰이던 빈패스트 차량을 탑승해본 적이 있습니다. 전기차 모델이 나오기 전 내연기관이 있는 차였습니다. 살던 동네를 떠나 공항까지 가는 길이었으니 족히 1시간 넘게 시승을 한 것입니다.
당시 느꼈던 감정은 ‘생각보다 잘 나간다’,‘그런데도 결정적인 매력은 없다’로 정리될 것 같습니다. 빈패스트의 차량 제조 역량은 당시 한미한 수준이었습니다. 다양한 글로벌 부품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완성차 업체 흉내만 내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주행성능 역시 떨어지는 면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값이라면 빈패스트를 살 것이냐 다른 유명브랜드를 살것이냐 상상해보니 대답은 너무 뻔했습니다.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신생기업 차량을 구매할 계층은 전세계에서 매우 희박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빈패스트가 단기간 미국과 중국 등 메이저 시장에서 시장 빈틈을 노려 조기에 자리잡기는 너무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베트남 내수 시장이라도 완벽하게 석권해야 하는데 이 역시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호랑이 등에 올라탄 빈패스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있습니다. 우회상장 경로를 택해 상장한 것도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를 더 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글로벌 강자가 되려면 해결되지 않은 과제 ‘자국에서조차 안팔리는 전기차’라는 꼬리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이런 식으로 빈패스트는 ‘미국에서 성공한 베트남 제조업체’가 되는 걸 꿈꾸고 있습니다. 빈패스트는 제조업체 육성에 목마른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죠.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제조업체를 배출해 베트남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마침 미국과 유럽은 매우 강도높은 전기차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은 오는 2032년 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가 시장 전체의 5.8%에 불과했으니 시장 속도가 빠릅니다.
또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을 단 차를 아예 못팔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빈패스트는 여기서 나오는 기회를 잡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 공장을 지으며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죠. 빈패스트는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와 전기차공장 건설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또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에 지역본부를 설립하기도 했죠. IPO를 통해 확보한 돈으로 아낌없이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삼성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은 베트남은 삼성의 역사에 대해서도 자주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병철 창업주 시절 식료품을 생산하던 삼성이 오늘날 어떤 경로를 거쳐 세계 최강 기업이 되었는지 역사를 알고 있죠. 빈패스트는 ‘삼성도 했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는 자신감에 차 있고, 삼성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기업 중 하나입니다..
과연 베트남이라는 중진국에서 글로벌에서 통하는 전기차 업체를 배출할 수 있을까요. 관전포인트가 무엇이 될지 함께 상상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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