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0승'의 기쁨보다 '위로'가 우선이었다…"아무리 좋은 투수라도" 바우어의 '품격'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트레버 바우어가 일본프로야구 진출 첫 시즌부터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넣었다. 그런데 10승의 기쁨보다는 상대팀의 투수를 위로하며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최정상'에 올랐던 투수다운 면모까지 내비쳤다.
바우어는 25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반테린돔에서 열린 2023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투구수 126구, 7피안타 3볼넷 7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10승째를 손에 넣었다.
바우어는 지난 20일 한신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 8이닝 동안 무려 120구를 뿌리며 9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역투했다. 그러나 바우어는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이 응답하지 않으면서 승리를 손에 넣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이날 제대로 달랬다.
경기 시작부터 3점의 지원을 받고 마운드에 오른 바우어는 1회말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뜬공으로 잡아내며 깔끔한 스타트를 끊었다. 첫 위기도 잘 넘겼다. 바우어는 2회 선두타자 키노시타 타쿠야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낸 뒤 갑작스럽게 흔들리면서 세 타자 연속 볼넷을 헌납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마츠바 타카히로와 오카바야시 유키를 연속 삼진 처리하면서 위기를 탈출했다.
첫 실점은 3회였다. 바우어는 호소카와 세이야와 키노시타에게 안타를 내주는 등 1, 2루 위기에서 올란도 칼릭스테에게 2구째 152km 직구를 공략당해 2주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바우어는 흔들림 없이 후속타자를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막아낸 뒤 4회 1사 2루 위기를 탈출, 5회 주니치의 중심 타선을 상대로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냈다.
첫 실점 이후 순항하던 바우어는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타자 연속 2루타를 맞으면서 한 점을 더 내줬지만, 타선의 든든한 지원 속에 승기에 큰 영향은 없었다. 바우어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두 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이날 두 번째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8회 125구째에 155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주니치 타선을 봉쇄한 끝에 시즌 10승째를 손에 넣었다.
바우어는 경기가 끝난 뒤 해명(?)의 시간을 가졌다. 바우어는 이날 하늘색 글러브를 착용하고 경기를 시작했는데, 3회 심판의 경고를 받게 되면서 글러를 핑크색으로 바꿔 착용하고 나오는 해프닝을 겪었다. 일본 '주니치 스포츠'에 따르면 바우어는 "심판이 '너무 멋진 것 아니냐. 다른 선수들이 부러워 하니 바꿔주면 안 되겠냐'라고 농담을 하더라. 아마 글러브 끈이 빛나 보여서 그런 지적을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그리고 바우어는 10승의 기쁨을 만끽하기에 앞서 상대 투수를 위로하는 품격을 보이기도 했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주니치 콘도 렌이 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8피안타 5사사구 10실점(8자책)을 기록했던 까닭. 바우어는 "한 가지 할 말이 있다"며 "아무 좋은 투수라도 이런 날이 있다. 결과에 낙심, 낙담하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가기를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바우어는 이날 일본프로야구 데뷔 첫 시즌 10승을 거두면서 요코하마 DeNA 역대 두 번째로 10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고, 7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시즌 128삼진을 기록하게 됐는데,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탈삼진 기록을 20년 만에 경신(종전 123탈삼진)하는 기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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