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금바오(金寶)] 돌아온 황선홍호 핵심 엄원상 "아시안게임 3연패요? 당연히 해내야죠"
“부담은 당연히 되죠. 그런데 선배들이라고 안 그랬을까요? 떨쳐내야죠.”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황선홍호의 핵심 엄원상(울산 현대)은 “당연히 해내야 할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선배들이 워낙 좋은 경기를 했고, 그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것도 잘 안다”며 “다시 한번 기대를 충족시켜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6일 울산 동구 현대스포츠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엄원상의 표정은 예상보다 밝았다. 불과 두 달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될 뻔한 부상을 입었던 선수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는 6월 15일 중국 저장성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1차 평가전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일 2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던 엄원상은 2차 평가전을 치르지 못하고 조기귀국 해야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었다”고 했다. 엄원상은 “경기력도 좋았는데, ‘왜 나한테, 그것도 하필 지금 이 시기에’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며 “귀국 전 현지 병원에서 1차 검사를 받았을 때 미세골절 의심 소견까지 들어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골절을 피한 그는 지난달 21일 제주전을 통해 그라운드로 돌아왔고, 19일 전북 현대와의 ‘현대가 더비’에서는 결승골을 터트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예상보다 빠른 복귀이자 활약이었다. 통상 인대 파열은 치료와 재활에 6~8주가 소요된다. 엄원상은 회복을 앞당길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특별히 한 것은 없고 그냥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며 “힘들어 하니까 부상이 더 안 낫더라”고 웃어 보였다. 그러나 아직 온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그는 “아직도 경기가 끝나고 나면 발목이 부어오른다”며 “다만 부기의 정도가 점점 줄고 있다”고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고영준(포항 스틸러스)도 무릎 인대가 파열됐고, 조영욱(김천 상무)과 송민규(전북)도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쓰러졌다. 이 때문에 중국전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정작 엄원상은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는 중국전을 치렀던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다”며 “경기장 분위기, 잔디 상태, 습도 등을 미리 경험한다는 건 굉장히 큰 플러스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표팀 선수들 대다수가 프로 데뷔 이후에 비디오판독(VAR) 없이 경기를 치른 적이 없을 것”이라며 “이 역시 중국전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전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중국전과 마찬가지로 VAR이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팀 입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이강인(파리생제르맹ㆍPSG)의 합류 여부다. 이강인은 최근 입은 허벅지 부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또 부상과 별개로 구단과 대표팀 간 차출 합의도 명확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강인의 ‘절친’ 엄원상은 “강인이가 부담을 느낄까 봐 출전 여부는 직접 묻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부상 전 연락 당시) 대표팀 소집 훈련 때 어떤 훈련을 했는지,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물어보기는 했다”고 귀띔했다.
엄원상과 이강인은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들이다. 이들 외에도 이번 대표팀에는 조영욱 최준(부산 아이파크) 이재익(서울 이랜드) 이광연(강원FC)등 당시 멤버들이 대거 포함됐다. 어느새 훌쩍 성장한 1999년 동갑내기들은 4년 전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엄원상은 “U-20 월드컵에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움직였기 때문”이라며 “‘분위기를 재밌게 끌고 가자’ ‘원팀으로 가자’는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표팀은 최전방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그러나 엄원상은 “(조)영욱이가 있고, 박재용(전북)과 안재준(부천FC)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며 “아시안게임에서도 분명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2선 자원은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엄원상은 “나도 경기에서 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이강인 송민규(전북) 정우영(슈투트가르트) 고영준과 경쟁해야 한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 현대는 엄원상과 함께 설영우도 항저우에 보낸다. 그는 “나와 설영우가 없어도 잘할 거라 믿는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아시안게임 기간에) 울산이 우승을 확정해 놓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며 웃었다.
울산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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