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달린 3가지 과제... 비대위 전환·체포안 표결·혁신안 수용
李, '10월 사퇴 후 비대위 전환' 일축
비명계 반발 혁신안 수용 여부 뇌관
정기국회 중 체포안 표결에 이견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1년 동안 민주당 지지율은 30%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수용 여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 체포동의안 표결 전략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은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당 안팎의 관측이 무성한 이유다. 그러나 이 대표는 25일 TJB 대전방송에 출연해 '10월 비대위설' 전망에 "전망이 아니라 기대"라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①비명 반발 '대의원제 무력화' 혁신안 수용할까
이 대표 체제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현 무소속)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혁신기구를 출범시켜 반전을 노렸지만,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등 잇단 구설로 혁신 동력은 조기 상실됐다. 혁신위가 서둘러 내놓은 대의원제 무력화와 현역 공천 페널티 강화를 골자로 한 혁신안은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을 제공했다. '윤리정당 회복'이란 당초 목표와 거리가 멀고, 강성 당원들의 입김을 확대해 친이재명계의 당내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이재명계의 반발을 불렀다.
오는 28, 29일 예정된 의원 워크숍에서는 혁신안 수용 여부를 두고 친명·비명계 간 격돌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며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혁신안을 수용하면 비명계의 강한 저항으로 내홍에 빠질 수밖에 없고, 자신이 만든 혁신위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리더십에 상처가 난다는 점에서 진퇴양난인 셈이다.
②정기국회 중 체포안 표결 시 전략은
검찰이 9월 정기국회 중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은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이 경우 2차 체포동의안 표결이 불가피해지면서 민주당은 또다시 '방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고, 표결 전략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친명계는 표결 거부 후 퇴장하거나 표결 시 부결표를 던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에서 30표 이상 이탈표가 나온 터라, 방탄 부담이 더욱 커진 2차 표결에서 부결을 자신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비명계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고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스스로 가결시켜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정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이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영장이 기각된다면 '검찰의 정치수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윤석열 정부에 맞설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재확인할 수 있지만, 영장이 발부된다면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③'비대위 전환설' 파다... 이재명 "지지세 더 강화" 일축
당내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해 수세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2016년 총선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승리를 거둔 사례를 거론하면서다. 당시 당내 친문재인·비문재인계 간 갈등이 극심하자, 문재인 대표는 총선 3개월 전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사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총선 승리에 기여한 문 대표는 이듬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 대표도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선 총선 공천권을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10월 사퇴 후 비대위 구성' 관측에 "78%라고 하는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가 됐고 지금도 지지는 유지되는 정도를 넘어 더 강화되고 있다"며 "(비대위 구성은) 전망이 아니라 기대"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내년 총선을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이긴다는 게 주어진 사명"이라며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비대위 구성은 지도부 과반 사퇴나 대표의 잔여임기가 8개월 미만일 때 가능하다. 지도부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친명계가 현재 자진사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일부 친명계는 이 대표의 '옥중공천'까지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여임기가 8개월 미만이 되는 연말까지 이 대표 체제를 불안하게 이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친명·비명계 간 정치적 합의하에 서로 용인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을 세우는 물밑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계파 간 깊은 감정의 골과 양측을 조율해 선거를 지휘할 인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은 과제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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