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삼성·LG ‘OLED’ 동맹, 세계 1위 지키는 방패로 삼아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3년 4월 경찰이 LG디스플레이 협력사 등을 통해 LG의 OLED TV용 패널 제조 기술을 빼낸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본사를 압수수색하자 양 측은 날선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으르렁댔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과 한국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들어간 83인치 4K OLED TV를 출시했다.
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으로 진격하는 세계 1위 TV 제조사 삼성전자와 현존하는 최고의 대형 OLED 기술력을 가진 LG디스플레이가 보여주는 이른바 'OLED' 동맹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뭐 뭍은 개가 겨 뭍은 개를 나무랐던’ 꼴이 될 것이다.”(LG디스플레이, 2013년 4월 10일 보도자료)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세계 시장점유율 98% 차지하고 있다. 남의 기술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2013년 4월 10일)
2013년 4월 경찰이 LG디스플레이 협력사 등을 통해 LG의 OLED TV용 패널 제조 기술을 빼낸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본사를 압수수색하자 양 측은 날선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으르렁댔다. 당시 삼성과 LG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 주도권 경쟁을 벌이며 법적분쟁까지 불사했는데, 정부가 나서 싸움을 말려야 할 정도의 앙숙이었다.
그랬던 두 그룹이 10년 만인 2023년 합작품을 선보이며 ‘코아피티션(coopetition·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의 합성어)’에 나서고 있다. TV 시장에서는 삼성과 LG가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TV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관련해서는 협력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과 한국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들어간 83인치 4K OLED TV를 출시했다. 조만간 LG 패널이 들어간 77인치 삼성 OLED TV도 나올 예정이다. 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으로 진격하는 세계 1위 TV 제조사 삼성전자와 현존하는 최고의 대형 OLED 기술력을 가진 LG디스플레이가 보여주는 이른바 ‘OLED’ 동맹이다.
패널 기술은 TV 화질을 결정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이를 의존하는 게 업계의 불문율과 같았다. 극단적인 예로 과거 삼성과 LG 임원들은 “기술이 안되면 그 제품의 출시를 포기했지, 경쟁사에게 부품을 달라는 이야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두 그룹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지금 디스플레이 산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자면 두 그룹의 ‘OLED’ 동맹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제스처일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BOE테크놀로지가 LCD(액정표시장치) 세계 1위가 되면서 삼성은 수익성 악화로 사업에서 철수했고 LG는 국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OLED 디스플레이가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삼성과 LG는 중국에 내준 LCD 대신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인 OLED 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BOE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고 OLED 패널 공장을 지으며 우리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데, 언제까지 세계 OLED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중·일 3국이 벌이던 경쟁 구도에서 사실상 일본이 도태되고 한국과 중국의 전장이 된 디스플레이·TV 분야에서 OLED 주도권은 산업 생태계 방어나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5개 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겐 삼성전자와 같은 고객사의 대량 구매가 단비와 같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역시 LG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간 TV가 많이 팔리면 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과거 삼성과 LG는 협력 기회가 있어도 각자의 자존심 때문에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 협력보다는 비방과 흠집내기에 익숙한 것이 그들의 관계였다. 하지만 ‘OLED’ 동맹은 사업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두 그룹도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 전자산업을 이끄는 삼성과 LG가 일회성 OLED 패널 공급에 그치지 않고 기술개발 등으로 협력을 확대, 중국의 추격을 막아내는 든든한 방패로 삼기를 바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