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불안이 있는데, 바다 방사능 검사는 나태·안일 ‘공무원식’

조선일보 2023. 8. 2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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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7일 해양환경공단의 해양환경조사연구원 직원들이 부산 해역의 해양 방사능 조사를 위해 바닷물을 채취하고 있다./해양수산부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가 24일 시작되면서 우럭·멍게·가자미 등 수산물 판매가 줄고 소금 매출은 늘고 있다고 한다. 모두 비정상적 현상이지만 그만큼 국민 불안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민들은 “괴담에 소비가 급감해 수산업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민주당은 방류 규탄 집회에 가두 행진까지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과학적 정보와 수치를 빨리 제공해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난 이틀간 정부는 우리 해역에서 방사능 측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 해역의 방사능 수치 측정 지점과 횟수를 크게 늘려 200곳에서 정기적으로 검사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24~25일 우리 해역 어느 곳에서도 방사능 측정을 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의 협조를 받아 조사선을 출항시켜야 하는데 선박 출항 일정을 맞추기 힘들었다는 이유였다. 나태하고 안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 출항 일정 따질 때인가.

후쿠시마 방류수는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우리 해역에 도달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지금 당장 우리 바다의 방사능을 측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의미가 없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 불안은 ‘합리’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다. 민주당 등은 방류하면 바로 우리 바다에 영향이 오는 듯이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니 국민의 불안은 방류가 시작될 때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면 직접 우리 바다에서 측정한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관계 기관들이 민첩하게 협조해 상징적인 곳 몇 곳에서라도 방사능을 측정해 발표한다면 국민 불안은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일본이 제공한 방류수의 방사능 수치만 공개하면서 “방류가 계획대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이상 상황은 없다”고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안 하면서 일본 쪽 상황만 중계한 것이다. 정부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우리 해역에서 월 1~2회 검사를 하겠다고 한다. 당분간은 그 횟수를 크게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한·미·일 연대에 반발하는 중국은 오염수 방류를 일본 비난의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정치 선동으로 자국 내에서 소금 사재기가 벌어지자 중국 당국은 “한국 흉내 내지 말고 이성적으로 소비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코미디 같은 일이지만, 우리의 문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이 비정상을 바로잡으려면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방사능 검사를 하고 그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소극적이고 안일한 공무원식 사고방식으로 대처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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