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킬러 규제 혁파” 강조하지만 규제에 막힌 ‘원격 진료’는 사업 포기

조선일보 2023. 8. 26.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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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1·2위인 ‘닥터나우’와 ‘나만의 닥터’가 결국 이달 말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 정부가 비대면 진료 범위를 대폭 축소한 시범 사업을 시작한 지 석 달 만이다. 플랫폼 업체들이 두 손을 든 것은 범위 축소로 사업이 어려운 데다 국회 입법화까지 불발됐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며 언제 입법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코로나 기간인 2020년 2월 이후 3년 동안 2만5900여 의료기관에서 1379만명을 대상으로 3661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국민 3명 중 1명 정도가 이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처방 과정에서 경미한 실수 몇 건 외에는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많은 의사가 “비대면 진료가 오진이나 의료사고 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6월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을 시작하면서 의사·약사 등의 반발을 우려해 대상을 재진 환자 중심으로 축소하고, 코로나 기간에는 허용했던 약 배송까지 금지했다. 플랫폼 업체들은 “비대면 진료를 다시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비대면 진료 확대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는 정보통신 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있다. 의료진 수준도 높다.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코로나 시기 시행해본 결과 국민 편의가 높아졌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의료계의 기득권 지키기와 정부, 국회의 무소신 무책임이다. 혁신 사업이 규제와 기존 업계 반발 속에 문을 닫는 제2의 타다, 로톡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이다.

비대면 진료 특성상 초진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제도 시행 의미 자체가 퇴색하고 수요도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소한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야간과 주말에는 진료 과목에 제한없이 초진도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경증 환자가 응급실로 몰리는 부작용을 줄이는 장점까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킬러 규제’를 줄여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그런 말 뒤에서 외국에서 다 하는 혁신 사업이 기득권 규제에 막혀 또 하나 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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