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감정이 모자라서 조선이 망한 건 아니었다
채민기 기자 2023. 8. 26. 03:04
위험한 일본책
박훈 지음|어크로스|284쪽|1만8000원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모자랐던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의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우스개는 일본이라면 깎아내리고 보는 한국인들의 집단적 대일(對日) 콤플렉스를 보여준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일간지 기고 등을 묶은 이 책에서 “한국은 일본을 경시하는 마지막 나라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맹목적 반일 감정으로는 일본을 넘어설 수 없다. 일본을 깊이 알고 발전적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시각으로 양국의 역사와 상호 인식을 비교하면서 한국 민족주의가 국수주의를 넘어 자유·평화 등 보편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에 무조건 고개를 숙이자는 게 아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뼈를 때려야” 설득력이 생긴다. 한일 관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는 지금 곱씹어볼 만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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