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존댓말보다 예의바른 평어가 낫다
책 ‘말 놓을 용기’(민음사)를 낸 이성민(56) 작가를 인터뷰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가 책에서 주장하는 ‘평어 사용’을 제안했더니, ‘이름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평어는 반말을 하되, 상대를 이름 혹은 ‘너’라고 부르는 표현법이다. ‘성민아 안녕’이 아닌, ‘성민, 안녕’으로 부르는 식. 반말처럼 들릴 수 있으나 예의를 갖춘다는 점이 다르다.
평어는 철학자이자 번역가인 저자가 4년 전부터 한 디자인 대안 학교 수업에서 사용하기 시작, 이제는 그가 책을 낸 민음사 등 집단으로 퍼지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민주적 사회에 살면서도, 평등이 아닌 위계적 관계에 기반을 둔 문화가 형성된 것을 ‘불행’이라 본다. 평어의 탄생 과정, 사용법과 그 필요성에 대해 책에 썼다. “갈수록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게 중요한데, 존댓말은 여기에 불리해. 평어를 체험해보면 좋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어. 나이가 적든 많든 서로에게 줄 게 있거든.”
평어는 작가의 오랜 꿈이다. “과거를 돌아보니 친구들이랑 놀던 때는 어둡지 않았더라고. 그 시절을 되돌리고 싶었어.” 평어 사용자들의 흔한 고민은 평어도 반말보다는 격식을 갖춘 말이기에 의외로 친해지기 어렵다는 것. 작가는 그럴 때 ‘너 나랑 친구 하자’라고 말하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는 “평어는 단순하게 설계돼서, (집단마다) 형식을 정하면 좋아”라고 했다. “이미 평어는 내 손을 떠났어. 평어 관련 책을 내고, 번역을 시도하면서 앞으로 (사용자들에 의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고 싶어.”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