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알람·아기 울음·경적 소리 들리면 청각도우미견 솔이가 달려갑니다
청각도우미견 솔이, 함께여서 좋아!
스즈키 반코 지음 | 유하나 옮김 | 곰세마리 | 32쪽 | 1만4000원
‘뚜~ 뚜~ 뚜~’.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가진 하얀 개 솔이가 이른 아침 알람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먼저 안방의 엄마를 흔들어 깨운 뒤, 옆방으로 가 민준이에게도 아침 인사를 한다. 민준이네 식구는 다섯. 엄마, 아빠, 민준이와 아기 민지, 그리고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솔이’다. 식구들 중 귀가 들리는 건 솔이뿐이다.
모두가 분주한 아침 시간, 솔이는 식구들 누구 못지 않게 바쁘다. 주전자의 물이 끓어 소리를 내면 넘치지 않도록 알리는 것도, 빨래가 끝났다는 ‘딩동댕’ 소리나 아기 민지가 깨서 울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것도 모두 솔이의 역할이다.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근래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앞장서 주인을 이끄는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은 대개 리트리버 같은 큰 개. 하지만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은 소리에 민감하고 호기심이 강한 요크셔테리어, 몰티즈, 푸들 등 작은 개가 많다. 이 때문에 일반 반려견과 혼동하는 경우도 생긴다. 식당이나 공공장소 입장을 거부당했다는 뉴스도 잊을만 하면 들려온다.
민준이네 일상은 솔이 덕분에 훨씬 수월해졌다. 노란 도우미견 조끼를 입고 함께 병원에 가서 엄마에게 진료 순서를 알려주는 것도, 저녁 준비에 바쁜 엄마 대신 민준이에게 목욕물을 다 받았다고 알려주는 것도 솔이의 일. 경적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엄마와 민준이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자전거의 위험을 알려 구해내는 장면에 이르면, 독자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도우미견과 함께하는 청각장애인 가족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책. 이들의 생활에 도우미견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해할 수 있다. 북을 칠 때의 진동으로 사물놀이를 배우는 민준이 모습에서 청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고, 도우미견이 귀엽다고 말을 걸거나 쓰다듬으면 안 된다는 것 등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에티켓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의 추천과 감수를 받아 사용하는 용어도 정확히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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