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마주할 수 없는 우리… 당신의 2020년은 어땠나요
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320쪽 | 1만6800원
“나는 다른 사람의 신발에 발을 넣어본 적이 있다.”
소설을 여는 ‘나리’의 이런 고백처럼, 타인의 내면을 보려는 행위는 자연스럽다. 동시에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은 나리처럼 “겨울이 2월의 마지막 날에 끝난다고 믿”기에, 3월의 눈을 이상하게 여긴다. 계절이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최은미가 6년 만에 낸 두 번째 장편은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나리가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현대문학상(2021)을 받은 단편 ‘여기 우리 마주’를 새롭게 썼다. 배경은 코로나가 유행하던 2020년. 나리는 딸의 친구 엄마인 ‘수미’를 이해할 수 없다. 아이를 억압하고, 아이에게 ‘네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수미다. 나리는 어린 자신을 돌봐줬던 ‘만조 아줌마’처럼 수미의 딸을 보호하지만, 그 때문에 수미와의 갈등은 심화된다. 여기에 코로나 유행 시기 속 감염과 격리의 불안이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나리와 수미의 세계는 하나로 합쳐지진 못하나, 함께 ‘만조 아줌마’를 만나며 점점 좁혀진다. 나리 역시 어린 시절부터 외면해 왔던 결함이 있었다. 그 끝에 나리는 깨닫는다. ‘다른 사람의 신발에 발을 넣는 것은 모자나 장갑을 껴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타인의 신발을 신는 데엔 모자·장갑보다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먼저 내 신발을 벗어야 하고, 사이즈가 맞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런 ‘토로의 시간’이 “겪고 넘어가야 하는 시간”이라고 독자에게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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