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18] 아직 서로에게 배울 게 많다

백영옥 소설가 2023. 8.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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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집에 돌아왔는데도 퇴근하고 싶은 마음을 알 것이다. 피곤해하는 것도 피곤하고, 지치는 것도 지친다는 느낌이 극에 달했을 때, 열심히 살지 말자고 권유하거나, 보람보다 야근 수당을 달라는 유의 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야근이 당연하던 시절의 세대가 보기엔 MZ 세대는 권리만 있고 의무는 잊은 세대다. 긴급 상황에도 ‘칼퇴’를 외치고 정당한 업무 지시에도 ‘꼰대’ 딱지를 붙인다며 억울해한다. MZ 세대가 보기에 경제성장기에 태어나 자산을 독차지한 위 세대는 탐욕의 화신에 자기 무능력을 종종 팀원에게 떠미는 ‘월급 루팡’이다.

이 갈등은 ‘성실과 불성실’ ‘공정과 탐욕’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미디어와 정치권이 부추기는 면도 크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다르고, 열정과 노동 착취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엔 젊은 꼰대와 나이든 혁신가가 뒤섞여 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동안 성실, 노력 같은 미덕이 구시대적 가치로 추락했고, 노력하지 말고 딱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물결이 밀려왔다. 워라밸은 중요하다. 하지만 균형이 ‘대충’을 의미하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자는 말 속의 자기기만 역시 깨달아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가 왜 새해 지키지도 못할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우겠는가.

세계를 여행하면 대한민국처럼 현수막이 많은 곳을 찾기 어렵다. 각자 알려야 할 게 너무 많은 탓이다. 좋게 보면 활력이고, 나쁘게 보면 억울한 갈등이 많은 나라다. ‘갈등’은 칡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 덩굴이 엉망으로 뒤엉킨 상태를 말한다. 갈등이 쾌도난마로 단칼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다행히 기술의 발달로 모든 과정이 시스템적으로 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나의 무능과 과오를 숨길 곳은 빠르게 삭제된다. 폭력을 저지르고도 선한 척 살거나, 일 잘하는 사람에게 묻어가던 얌체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젊은 세대의 공정은 이제 시대정신이다. 위 세대의 성실과 노력 없는 성장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서로에게 배울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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