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특권이던 독서가 만인의 취미가 되기까지

남정미 기자 2023. 8.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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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의 세책사

이민희 지음|문학동네|276쪽|1만7000원

책값이 비싸 아무나 살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 18세기 전까지만 해도 독서는 소수 특권층 남성만 누리는 학문적·종교적 수양 활동이었다. 싼값에 책을 빌려주는 ‘세책점(貰冊店)’이 등장하면서 판도는 달라진다. 구매 능력이 없는 여성과 하층민도 책 읽기가 가능해졌고, 신흥 장르였던 ‘소설’의 인기가 치솟는다. 정약용이 “소설에 빠져든 이는 책 읽기를 마칠 때까지 각자의 책무에 소홀해져 패가망신에 이른다”고 했을 정도.

재밌는 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러시아, 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시기 세책 문화가 나타났다는 것. 세계 곳곳의 도서관과 고서점을 다니며 18세기 세책 기록을 꼼꼼하게 수집해 기록한 저자의 학문적인 태도가 강점인 책이다. 프랑스 파리에선 소르본대의 가난한 대학생이 세책점 단골이었고, 독일에선 오늘날로 치면 5센트 정도 되는 소책자 소설이 크게 유행했다. ‘세책점’이란 작은 공간이 어떻게 독서 대중화를 이끌고, 소설의 부흥을 이끌었는지 ‘책’을 통해 18세기를 잠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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