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日 오염수, 한국 야당이 정치적 이용… 우린 佛 원전이 더 걱정”
24일 시작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현) 방류와 관련한 주변국 반발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서방 언론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시각은 독일 매체에서 두드러진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24일(현지 시각) ‘일본 계획이 주변의 화를 부르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과 한국 좌파 진영의 비판이 특히 거세다. 이들의 항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의 보수 정부는 계획이 과학적·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한국 과학자들도 한국 수역에서 측정 가능한 정도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고 좌파 진영 야당 민주당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의 프리데릭 슈포어 한국 사무소장은 이 매체에 “후쿠시마 문제에서 이것은 순전히 반일주의”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일본에 굴복했다고 비난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매체는 “이번 문제가 중국 지도부에 있어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터졌다”고 분석했다. 반일 선전이 학교 교육 등에서 매우 공공연하게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활용되고 있고, 중국이 한일 사이를 갈라놓는 데 한국 내 반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사실로 비판에 맞서는 건 일본의 손에 달렸다”며 “(원전 운영사)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처리에 있어서 실수 하나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이번에 방류되는 오염수는 철저하게 여과되고 희석됐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번 조치가 무해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의 식료품 생산 업체의 주가 급등 소식을 전하면서 “다른 국가 생산업자들이 일본 방류 계획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노버 방사선생태학 및 방사선방호연구소의 클레멘스 발터 교수는 주간지 슈피겔과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해안 생선에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프랑스 북부 연안에서 잡은 물고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북부 라아그에 건설된 사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 매년 수백만L의 오염수를 배출하고 있는데, 삼중수소나 세슘137 등 방사성 물질의 양이 후쿠시마 바다에 배출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 ZDF는 프랑스 라 헤이그를 포함, 영국 셀라필드, 중국 양장, 동해의 한국 고리 등 바다와 가깝게 들어선 원자력 발전소의 사례를 언급하며 “원자력 발전소가 냉각수를 바다로 보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에선 일본 정부의 소통 방식을 비판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슈피겔은 “삼중수소 농도는 무해해 보인다”면서도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어민들의 이해 없이 방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지만 이를 어겼고,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도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후쿠시마가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영국 BBC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각국의 입장과 반발을 보도하면서 정치적 논쟁을 짚었다. BBC는 “중국의 현재 반응은 건강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며 “일본이 미국과 더 가까워지고 대만을 지지하면서 최근 몇 년간 중국과 일본 관계는 악화 일로였다”고 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닐 토머스 중국외교정책 전문가는 BBC에 “이번 사건은 중·일 관계 악화의 ‘원인’이라기보다 ‘증상’에 가깝다”며 “중국 수입 업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단기간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재차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본지 질의에 “일본이 원전의 물 저장고에서 처리수(오염수) 일부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는 계획을 수행하는 상황에 과학계의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는 IAEA 핵 안전 기준을 포함한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며 안전한 일본의 (방류) 계획에 만족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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