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교양강의, 학생들 아이디어로 ‘맞춤형 수업’
전남대는 올 가을 학기에 ‘연애의 첫 단추’라는 교양 강의를 시작한다. 대학생 동거, 데이트 폭력 등을 주제로 매주 토론하고, ‘연애 잘하는 법’도 가르친다. 남녀 수강생은 ‘일대일 모의 데이트’ 과제도 해야 한다. 학교 주변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코스를 짜고, 세 차례 데이트를 한 뒤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하는 방식이다. 이 강의는 지난해 전남대의 교양 과목 개발 공모전에 나온 아이디어 44개 가운데 실제 강의로 이어진 4개 중 하나다. 강의를 맡은 한의숭 교수는 “’N포 세대’라 불리는 요즘 청년들은 인간관계 맺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연애에서 출발해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에선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설한 맞춤형 교양 과목 강의가 늘어나고 있다. ‘의 이해’ ‘학 개론’ 등 비슷한 이름으로 특정 학문의 기초 지식을 가르쳤던 기존 교양 수업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반영해 주제와 형식에서 톡톡 튀는 강의가 잇따르는 것이다.
대학 상당수는 새로운 강의 주제를 찾기 위해 재학생 공모전을 열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학생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수업 참여도와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선작 대부분은 실생활과 관련된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경희대 강의 공모전에선 주식 등 재테크 기초 지식을 가르치는 ‘사회 초년생을 위한 생활금융’이 당선됐다. 부산대에선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운영을 배우는 ‘실용 영상 편집 및 제작’ 과목이 공모전 1위에 올랐다. 동국대가 지난 학기에 선보인 ‘디지털 붓다와의 대화’ 과목도 학생 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 혼란스러운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마음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는 시간이다.
서울대는 ‘학생이 바라는 교양 교과목 공모전’을 4년째 열고 있다. 매년 평균 40여 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질 정도로 학생 참여가 적극적이다. ‘웃음의 이해’ 과목은 웃음을 유발하는 보편적인 원칙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자는 취지로 대상을 받았다. 서울대에서는 ‘퀴어 문학’ ‘연극과 감정 표현’ 등 강의 5개가 학생 제안으로 개설됐다. ‘웃음의 이해’ 수업을 진행한 방민호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공모전을 통해 그동안 탐구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분야까지 공부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신 관심사를 반영한 덕분에 ‘공모전 당선작’ 출신 강의는 수강 정원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전남대의 ‘연애의 첫 단추’는 개설과 동시에 130명 정원이 다 찼다. 수강 신청을 마감한 뒤에도 “꼭 듣고 싶다” “정원을 늘려달라”는 메일 수십 통이 쏟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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