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성능·제동력은 코나, 핸들링은 트랙스가 한 수 위

2023. 8. 2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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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SUV 비교 시승기
현대차 디 올 뉴 코나(左),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右)
현대자동차 디 올 뉴 코나(이하 코나)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이하 트랙스)는 국내뿐 아니라 수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양사의 대표 소형 SUV다. 트랙스는 2013년 데뷔해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주역.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워 티볼리(KG모빌리티)·QM3(르노코리아)와 함께 소형 SUV 붐을 일으켰다. 올해 2세대로 진화하면서 디자인을 송두리째 바꾸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차로 주목 받고 있다. 코나는 2017년 소형 SUV 시장의 후발주자로 등장했다. 최근 2세대로 거듭나면서 개성 강한 디자인과 호쾌한 엔진 출력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감성을 더한 N라인과 전동화 모델까지 갖춰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코나, 트렁크 용량 트랙스보다 2L 작아

차체 길이는 트랙스가 코나보다 190㎜ 더 길다. 너비는 두 차 모두 1825㎜로 같은데, 휠베이스(앞뒤 차축 거리)는 트랙스가 40㎜ 더 길다. 그럼에도 공차중량은 트랙스가 더 가볍다. 휠은 두 차종 모두 17~19인치를 끼운다. 타이어가 노면에 닿는 부위(트레드)의 너비는 트랙스가 10㎜ 더 넓다. 트렁크 용량도 트랙스가 725L로 2L 더 크다. 제조사가 밝힌 용량 외에 레이저 측정 장비로 두 차 트렁크의 가로·세로·높이를 재봤다. 트렁크 가로 최대 너비는 트랙스가 한층 여유롭다. 세로 길이 역시 미세한 차이로 우열을 유지했다. 반면, 트렁크 높이는 키가 큰 코나의 승리다.

두 차의 실내 분위기는 정반대다. 코나는 시원한 공간감을 강조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3인치 중앙 모니터를 연결했다. 사용 빈도가 높은 온도조절장치 등은 물리 버튼으로 조작하는데 간격과 크기, 폰트가 큼직해 쓰기 좋다. 동반석 대시보드와 좌우 앞좌석 사이에 넉넉한 수납함을 챙겼다. 도어 포켓도 트랙스보다 한층 크다. 트랙스는 운전자 공간 중심으로 젊게 꾸몄다. 운전석 쪽으로 과감히 비튼 센터페시아와 11인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가죽 이음새를 빨간 실로 꿰매 눈이 즐겁다. 대시보드와 도어 상단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성능 스포츠 해치백에 탄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트랙스가 더 여유롭다. 그런데 정작 공간감과 착좌감은 코나가 낫다. 머리 공간이 한층 쾌적하고, 시트 방석 길이가 넉넉한 덕분이다. 3단계 열선 시트도 있고, 송풍구 아래에 수납공간을 파는 등 실용성도 좋다. 트랙스는 다리 공간은 좋지만 성인이 앉기엔 머리 공간이 답답하다. 시트 길이 또한 짧아 착좌감이 편하진 않다. 열선 기능도 없다. 또 뒷좌석 바닥 매트에 별도의 고정 장치가 없어 타고 내릴 때마다 매트가 움직였다.

■ 현대차 디 올 뉴 코나

「 ◦ 길이×너비×높이 : 4350㎜×1825㎜×1585㎜
◦ 엔진 : 직렬 4기통 1.6L 터보(198마력)
◦ 변속기 : 8단 자동
◦ 굴림방식 : 앞바퀴굴림
◦ 복합연비 : 12.2㎞/L
◦ 100㎞ 가속 : 7.67초
◦ 판매가격 : 2486만~3120만원(옵션 제외)

자료 : 현대자동차

■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 ◦ 길이×너비×높이 : 4540㎜×1825㎜×1560㎜
◦ 엔진 : 직렬 3기통 1.2L 터보(139마력)
◦ 변속기 : 6단 자동
◦ 굴림방식 : 앞바퀴굴림
◦ 복합연비 : 12㎞/L
◦ 100㎞ 가속 : 9.67초
◦ 판매가격 : 2068만~2760만원(옵션 제외)

자료 : 한국GM

트랙스는 2068만원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다. 하지만 버튼시동 & 스마트키와 뒷좌석 송풍구, 앞좌석 열선시트 등의 사양이 중간 트림인 LT부터 들어간다. ECM 룸미러는 최상위인 액티브와 RS 트림에만 들어간다. 전동 트렁크는 선택 옵션인데, 기능적 연관성이 없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이 묶었다. 코나는 가격이 이전 세대보다 올랐다. 하지만 버튼시동 & 스마트키, 가죽 열선 스티어링 휠, 2열 송풍구, ECM 룸미러, 12.3인치 중앙 모니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가 기본 트림부터 들어간다. 동생뻘인 베뉴와 판매 간섭을 없애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139마력짜리 트랙스 RS와 149마력짜리 코나 2.0 인스퍼레이션의 가격 차이는 280만원이다. 코나 1.6 터보와 비교하면 349만원 차이. 그런데 최상위 모델끼리 비교해도 트랙스엔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2열 열선 시트, 천연가죽 시트, 동승석 전동 시트가 없다. 에어컨 역시 코나는 좌우 개별 온도제어가 가능한 반면 트랙스는 전 좌석 통일이다.

본격적으로 달려봤다. 주행성능은 GPS 기반의 계측장비를 이용해 ▶0→시속 100㎞ 가속시간 ▶시속 100㎞→0의 제동거리를 계측했다. 성인 남성 2명이 탑승했고, 실내 온도는 22℃ 자동으로 맞춘 뒤 진행했다. 코나 1.6 터보 2WD 19인치 모델은 평균 7.67초를 기록했다. 1600~4500rpm까지 넓은 영역의 엔진 회전수에서 뿜어내는 27㎏·m의 최대토크 덕분에 7초 중반의 빠른 가속 시간을 꾸준히 달성했다. 특히 기존의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8단 자동변속기로 바꾸면서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럽고 매끄럽게 가속하는 느낌이 좋다.

트랙스, 머리 공간 답답하고 열선 없어

차체 길이는 트랙스(왼쪽)가 코나보다 190㎜ 더 길다. 트렁크 용량도 트랙스가 조금 더 크다. [사진 로드테스트]
트랙스 1.2 터보 2WD 19인치 모델은 평균 9.67초를 기록했다. 배기량 차이를 감안하면 수긍할 만한 결과다. 1.2L 터보 엔진은 과급기 덕분에 2L 엔진 수준의 동력성능을 확보했다. 회전 질감도 매끄럽다. 하지만 반응 속도가 굼뜬 6단 변속기가 장점을 희석시켰다. RS 트림의 휠·타이어(245/45 R 19)는 엔진 출력을 감안하면 과분해 보인다.

제동거리는 코나는 35m, 트랙스는 39~40m를 기록했다. 공차중량이 가볍고 더 넓은 타이어를 쓰는 트랙스보다 제동거리가 4m 짧다는 건, 코나의 제동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이다. 트랙스 역시 평균 39~40m의 제동거리를 기록하며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다만 페달 감각이 다소 푹신하고, 낮은 중량과 넓은 타이어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제동거리뿐 아니라 감각적인 부분에서도 코나의 승리였다.

정교한 핸들링은 트랙스가 한 수 위다. 무게감이 가볍지만,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앞바퀴의 반응속도가 빠르다. 또한, 넉넉한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 덕분에 직진 안정성도 뛰어나다. 승차감은 조금 양보하되 경쾌하고 활기찬 느낌을 강조했다. 그래서 꼬부랑길 운전이 한층 즐겁다. 코나는 이전 세대와 달리 좀 더 부드러운 감각으로 거듭났다. 젊은 고객보단 좀 더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편안하고 무난한 차로 성향을 바꿨다. 정차 시 소음은 코나가 48㏈(데시벨), 트랙스가 53㏈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4기통 엔진의 코나가 3기통 트랙스보다 한결 조용하고 진동도 말끔하게 억제했다. 시속 60㎞ 주행 상황에선 두 차 모두 58㏈을 기록했다. 세그먼트를 감안하면 정숙성은 모두 준수하다.

국내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따라 부과한다. 1598㏄인 코나 1.6 터보는 자동차세가 연간 약 29만원이다. 반면 1199㏄의 트랙스는 약 22만원이다. 아울러 3종 저공해차 기준을 만족해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감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간 보험료는 35세 운전자 기준, 인터넷 다이렉트 보험(D사)으로 조건을 동일하게 맞춰 계산했다. 코나는 약 62만원, 트랙스는 약 65만원이 나왔다. 운전자의 나이와 보험사에 따라 비용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2023년 등장한 두 대의 소형 SUV는 확실히 이전 세대보다 개선한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다. 코나는 호쾌한 가속성능과 시원한 실내 공간감, 편안한 감각으로 누구에게나 잘 어울린다. 트랙스는 끈끈하고 정교한 핸들링 성능과 운전석에 집중한 인테리어, 저렴한 자동차세를 갖춰 젊고 감각적인 소비자와 궁합이 좋다.

로드테스트 김기범 편집장, 강준기 기자 ceo@roadte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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