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10인조 ‘실내악 어벤저스’…지금까지 이런 클래식은 없었다

유주현 2023. 8. 2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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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스테이지] 창단 7년 실내악 앙상블 ‘클럽M’
클럽M의 리더인 피아니스트 김재원(왼쪽)과 상주작곡가 손일훈. [사진 마포문화재단]
옛날 작곡가가 쓴 악보대로 연주하는 게 클래식 음악이다. 연주자마다 해석이 다르긴 해도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분명 클래식 음악인데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단체가 있다. 30대 남성 음악가 10인이 모인 ‘클럽M’이다. 리더인 피아니스트 김재원을 주축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비올리스트 이신규·첼리스트 심준호·플루티스트 조성현·오보이스트 고관수·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바수니스트 유성권·호르니스트 김홍박 등 국내외 명문 오케스트라의 수석급 연주자들과, 통통 튀는 시도로 각광받고 있는 젊은 작곡가 손일훈까지 모여 ‘실내악 어벤저스’로 통한다.

10인 실내악단, 해외서도 찾기 어려워

2017년 창단했으니 벌써 7년째 같은 멤버로 ‘새로운 클래식’을 들려주고 있다. 29일 마포문화재단의 클래식 기획공연 ‘M소나타 시리즈’ 프로그램인 ‘한 여름 밤의 프랑스 작곡가 걸작선’에서도 아주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는데, 이들의 활동이 새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악기별로 딱 한 명씩 10명이 모인 실내악단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다. 그런 편성을 위한 곡도 존재하지 않으니 맞춤형 작곡이나 편곡이 필수인 것이다. 번듯한 소속이 있는 톱클래스 연주자들이 왜 굳이 이런 별난 모임을 결성한 걸까. ‘클럽M’의 시작은 피아니스트 김재원(34)과 작곡가 손일훈(32)이었다.

“제가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좋은 연주자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제가 따로 만난 사람들이 같이 연주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확장돼서 각 악기를 대표하는 연주자들을 모으게 됐죠.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분들이고, 저와 잘 맞는 분들이기도 해요.”(김) “작·편곡을 하는 입장에서 클럽M 활동은 악기가 아니라 팀을 위한 곡 작업을 한다는 게 특별해요. 이 팀이 아니면 연주하기 어려운 악보가 되니까요. 그런데 각자 빛나는 솔리스트이기도 해서 밸런스를 잡는 게 관건이죠. 멤버들의 스타일을 잘 알다보니, 각자 돋보이는 부분을 공정하게 배분해서 곡을 쓰고 있습니다.”(손)

악기별로 1명씩 모인 10인 편성의 실내악단은 유례가 없다. [사진 마포문화재단]
최고들만 모였다고 최고의 팀이 되는 건 아니다. 자부심 강한 ‘빛나는 솔리스트’들이 뭉쳤을 때 과연 조화로운 소리가 날까. “그게 희한해요. 지휘자도 없고 특별히 리드를 하는 사람은 없는데 잘 흘러가거든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클럽M의 음악은 각자의 모습이 다 보이면서도 그 사람의 음악이 느껴지기 보다는 우리 팀의 음악으로 새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손)“악기로 노래한다고 표현하는데, 그쪽으로 도사들이에요. 노래하면서 남의 노래를 듣기에도 통달했달까요. 원래 이렇게 많은 인원이라면 지휘자가 있어도 어려운데, 우리는 딱히 맞추는 데 신경쓰지 않아도 원활하게 잘 굴러가거든요. 음악으로 대화가 잘 되는 거죠. 그것만큼은 다른 어떤 단체보다도 저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김)

클럽M은 기획사도 없이 연주자들이 스스로 모여 홍보, 해설 등 모든 일을 민주적으로 분담하는 시스템이다. 각자 바쁘게 활동하는 입장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은데, 7년째 단 한명의 이탈도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 정도 연주자들의 모임이라면 원래 기획사가 있어야 하지만, 자유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작곡가를 포함해 이런 톱클래스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모였고, 기획 단계부터 스스로 참여했으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무대라는 게 우리 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그랬을 때 관객 뿐 아니라 연주자까지 모두가 즐거운 공연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김) “우리는 목적이 달라서 지속 가능한 것 같아요. 이 활동으로 유명해지겠다거나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만나서 음악을 공유하고 같이 연주하는 게 그저 즐거운 팀이니까요. 더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쉬울 정도예요.”(손)

리더인 김재원의 서울예고·한예종 후배인 손 작곡가는 팀의 막내이자 유일하게 연주자가 아니지만 ‘대체불가능’한 핵심 멤버다. 톱클래스 연주자 10명이 지휘자도 없이 하나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악보를 써야하는 게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창단 아이디어를 작곡가에게 제일 먼저 얘기했어요. 이런 편성으로 모였을 때 작곡과 편곡이 필수적인데, 편곡만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될 수 있거든요. 작곡가도 여러 스타일이 있는데, 어려서부터 연주자들과 굉장히 가깝고 소통을 잘하는 작곡가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납치를 한 거죠.(웃음)”(김)

29일 마포문화재단 클래식 기획공연

‘K클래식 시대’에 아이돌 못잖은 팬덤을 몰고 다니는 스타 연주자도 등장했지만, 진짜 ‘클래식 선진국’의 척도는 연주자의 명성이 아니라 공연 프로그램을 보고 티켓을 사는 문화다. 전문 연주자들의 모임인 클럽M은 어떤 기획으로 승부하고 있을까. “매년 정기연주회에서 창작곡을 발표하고 있어요. ‘명상’ 시리즈인데 올해 3번째 곡을 냈고, 내년에 4번째 곡으로 마무리하면 40분쯤 되는 큰 곡이 완성되죠. 첫 번째는 바다, 두 번째는 우주, 세 번째는 정원에 관한 내용인데,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 곡들이거든요.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제가 음악으로 써놓은 걸 AI가 됐든 뭐가 됐든 영상화 작업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손)

이번 ‘한여름 밤의 프랑스 작곡가 걸작선’은 마포문화재단의 기획에 협업한 경우다. 그중에서도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에르네스트 쇼숑의 작품을 연주해 달라는 제안은 클럽M에게도 도전이었다. “쇼숑의 곡을 연주하는 건 처음이에요. 한국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을 여기서만 볼 수 있는 편곡으로 선보이게 됐는데, 저희 10명이 다 참여하는 올해 마지막 공연이기도 합니다.”(김)“원래 쇼숑 작품이 39개 밖에 없고, 그중 알려진 건 단 2곡이거든요. 그래서 고민하다 ‘7개의 멜로디’라는 가곡집 안에 있는 곡들을 골라서 편곡해 봤어요. 원래 가사가 있는 성악곡들이니 좀 대중적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곡들로 엮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손)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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