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달 남극 착륙한 인도, 말로만 ‘우주 시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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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탐사선 인류 최초로 달 남극 탐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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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우주 개척 위해 달로 달려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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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쟁으로 우주청 설립 첫발도 못 떼
인도가 인류 달 탐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인도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지난 23일 달의 남극지역 착륙에 성공했다. 달 착륙으로는 옛 소련과 미국·중국에 이어 네 번째이지만, 남극 착륙은 인도가 세계 최초다. 착륙선 비크람에서 나온 무인탐사차량은 14일간 달 남극의 자원 탐사를 한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이지만, 1인당 GDP가 불과 2200달러인 국가가 이뤄낸 성과다. 모디 총리는 “인도뿐 아니라 모든 인류의 성공”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번 성공을 국가 혁신의 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인도 무인 탐사선의 남극 달착륙은 21세기 인류에게 달이 어떤 존재로 다가오고 있는지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1969년 미국이 최초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성공시켰을 때만 하더라도 달 탐사는 체제 경쟁을 위한 과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이 우주 개발과 자원 탐사를 위한 기지라는 의미가 짙다. 특히 햇볕이 들지 않는 영하 180도의 달 남극 지역엔 얼음 형태의 물과 헬륨3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소(H)와 산소(O) 분자로 구성된 물(H2O)은 인류가 달에 거주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생존을 위한 식수뿐 아니라 로켓 연료 등을 위한 에너지원도 되기 때문이다.
우주 열강들은 지금 앞다퉈 달로 달려가고 있다. 미국은 2017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달 남극지역에 대규모 유인 상주기지를, 달 궤도엔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2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 또한 2030년까지 달의 남극지역에 ‘국제 달 과학 연구기지(ILRS)’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이미 2007년 무인 우주탐사선 창어 1호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창어 3호의 달 앞면 착륙, 2019년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착륙 등 미국 못지않은 탐사 성과를 쌓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우주까지 뻗어가는 모양새다.
한국의 우주 탐사 현주소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우주청 설립은 애초 올해 말이 목표였지만 기약 없이 표류 중이다. 우주청은 누리호를 이을 차세대발사체와 2032년 무인 달착륙,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 등을 이끌 우주 탐사 컨트롤타워다. 안으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춤을 춰 온 우주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휘하고, 밖으론 우주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미국·유럽·중국 등 기존 우주강국뿐 아니라 뉴질랜드·아랍에미리트 등 소국들조차도 이미 우주청을 갖추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국회에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제출했지만 아직 상임위 문턱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구체적 방안에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기정통부 산하의 ‘청’ 단위 기구로, 민주당은 장관급 독립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에는 지금 정부 입법안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4개의 우주청 법안이 계류 중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말 3개월 시한의 안건조정위원회를 발족했지만 한 달째 위원장조차 뽑지 못하고 공전 중이다. 과기계 안팎에선 “결국 내년 4월 총선 뒤에나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주는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 규모 프로젝트다. 정치인과 국가 지도자들이 입으로는 우주가 산업이 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말하면서도 막상 행동으로는 진정성과 절실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여·야가 미래를 향한 타협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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