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의 추구가 기본이 된 사회

이후남 2023. 8.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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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히스테리 사회, 단독성들의 사회
과잉 히스테리 사회, 단독성들의 사회
안드레아스 레크비츠 지음
윤재왕 옮김
새물결

독특하고 남다른 걸 추구한다. 여행이 대표적이다. 단체 관광객으로 붐비는 유명 여행지 대신 남들이 잘 안 가는 색다른 장소나 특별한 체험을 찾는다. 음식도 그렇다. 세계 각지의 독특한 식재료나 조리법, 친환경 재료나 로컬푸드를 비롯해 특별함이 있는 메뉴를 먹거나 요리한다.

언뜻 요즘 젊은 세대 얘기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이 책에 따르면 이는 기존의 사회와 다른 오늘날의 사회를 특징 짓는 면면이다. 책 제목의 ‘단독성’은 독일의 사회학자·문화이론가이자 대학 교수인 저자가 지금의 사회를 설명하는 핵심적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단독성은 대체할 수 없고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함이자, 사회문화적으로 생산된 독특성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독특하지 않았던 것도 독특해질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1940년대부터 생산된 베스파 스쿠터가 90년대에 향수를 불러내며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거나, 표준화된 손기술로 여겨졌던 미용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미용사가 나와 그 함의가 격상된 것도 그 예다.

이탈리아 로마의 명소 트레비 분수 주변이 지난 6월 말 관광객으로 붐비는 모습. [AP=연합뉴스]
이처럼 단독성을 갖게 되는 것을 저자는 ‘단독화’이자 ‘문화화’로 부른다. 이렇게 되면 그 기능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함축된 의미가, 그래서 대중이 부여하는 정서와 감정이 중시된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추동한 두 힘으로 지식경제·문화경제 등 이른바 창조경제의 부상과 디지털 등의 기술을 꼽는다. 책은 이 두 영역에 더해 노동·라이프스타일·정치까지 각 장을 할애해 단독성의 양상과 의미를 풀어나간다.

트렌드 보고서가 아니라 학술서로 분류될 책이지만, 책 곳곳에 지금의 현상을 포착하고 설명하는 흥미로운 통찰이 여럿 번득인다. 여행·음식·주거 등과 교육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것을 추구하는 신중간계급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 대신 ‘큐레이션’으로 설명하는 것도 그렇다. 오래된 도심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현재·미래와 달리 과거를 퇴행적으로 보던 산업사회의 관점과 비교하면 그 새로움이 뚜렷해진다.

대중의 주목을 얻기 위해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소수의 작품만이 성공하는 승자독식과 과잉생산 등 기존에 예술이 지닌 특징으로 설명하는 대목도 색다르다. 저자에 따르면 단독성의 사회는 가시성·퍼포먼스가 중시되는 사회, 기존의 산업사회가 예측가능성을 통해 최소화했던 실망을 생성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저자는 노동에서도 형식상의 자격증보다 독특함을 조합한 프로필이, 성과에 대한 평가보다 대중에게 드러나는 가시적 퍼포먼스가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 청소년들의 총기난사 사건 같은 광란을 테러와 더불어 “그 자체가 목적인 폭력을 과시하는 행위”로 설명하는 대목은 최근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한 폭력적 사건들의 면면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의 큰 특징은 현상과 트렌드를 개별적으로 주목하고 분석하는 대신 거시적 사회 구조의 변화로서 꿰려 하는 점이다. 저자는 폭넓은 의미의 근대 가운데 19세기 이후 대량생산과 표준화·기능성 등을 중시했던 산업사회가 단독성이 특징인 ‘후기근대’ 혹은 ‘포스트산업사회’로 변모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대졸 신중간계급을 주목하는 점도 눈에 띈다. 책에 따르면 1950~70년대의 30년간 서구는 ‘평준화된 중산층 사회’였다. 중산층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데 대학 졸업장은 결코 필수품이 아니었다. 한데 이제는 달라졌다. 저자는 교육의 팽창, 즉 대졸자가 크게 늘면서 독일의 직업교육 수료나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 같은 중간 교육의 역할과 의미가 위축되고 쇠퇴했다고 전한다. 한국의 높은 대학 진학률과 독일의 직업 교육을 대비하곤 했던 통념도 흔들린다. 원제 Die Gesellschaft der Singularitäten: Zum Strukturwandel der Moderne.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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