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 출신 창업자 ‘함흥냉면’ 이름 처음 써, 4대째 쫄깃한 면발 자랑

2023. 8.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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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 1
함흥냉면은 감자가 많이 나는 함경도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개마고원 등지의 감자를 함흥에서 감자녹말로 가공하면서 이를 이용한 국수요리가 발달했다 한다. 감자녹말을 주원료로 해서 쫄깃하고 질긴 면을 만들어 평양냉면처럼 물냉면으로 요리하는 것을 ‘농마(녹말의 북한 사투리)국수’라 했고, 매운 양념으로 무친 가자미회 등을 고명으로 얹어 비빔국수로 요리하면 ‘회국수’라고 불렀다. 이렇게 회국수는 함경도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이었으나 6·25 동란 이후 속초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고향음식인 회국수를 만들어 먹고 또 팔면서 남한에 등장했다. 지금은 감자녹말 대신 고구마녹말을 주로 쓰고, 가자미대신 홍어회·가오리회 또는 명태회를 고명으로 쓰기도 한다. 어쨌거나 함흥냉면은 이제 전국에서 즐기는 국민메뉴가 되었다.

함흥냉면 진짜 매니아들은 그 질긴 면발에도 불구하고 절대 가위를 대지 않는다고 한다. 잘 비벼진 면발이 대접에서 젓가락을 거쳐 입속 너머까지 이어져야 제 맛이란다. 매운 양념맛과 잘 어우러지는 구수하고 뜨거운 육수는 함흥냉면의 뗄 수 없는 동반자다. 이 육수야 말로 해장에 최고라는 주당도 있다.

서울의 함흥냉면 원조동네로는 피난민들이 많이 살았던 중구 오장동을 꼽을 수 있다. 예전에는 20여 곳의 가게가 있었지만 대부분 이전·폐업해 ‘흥남집’(사진1)과 ‘오장동함흥냉면’만 남았고 함께 트로이카로 이름을 날렸던 ‘신창면옥’은 평택으로 이전했다.

사진 2
1953년에 개업한 흥남집은 흥남시 작도리 출신인 창업자로부터 4대를 이어오고 있으며 ‘함흥냉면’이라는 음식명을 처음 쓴 가게이기도 하다. 냉면메뉴는 회비빔냉면(사진2), 고기비빔냉면, 물냉면 등이며(각 1만4000원) 수육과 회무침도 있다. 손님들은 회비빔냉면을 가장 많이 찾는데 매운 양념 안한 쫄깃한 면에 매콤한 양념으로 무친 간재미회가 얹혀져 나온다. 식성에 따라 식탁에 준비된 매운 양념, 설탕, 참기름을 더할 수 있다. 고기비빔냉면은 처음부터 면을 매운 양념에 비벼서 나온다.

현재 여사장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바로 모자상화폐다. 모자상화폐는 1962년 5월 16일 발행되었으나 화폐개혁으로 단 25일간 유통된 최단명 화폐다. 통상 화폐에는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 지폐에는 ‘보통사람’인 한복 입은 여인과 어린 아들이 등장한다.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다. 그 여인은 당시 조폐공사에 다니다 결혼으로 퇴직했으나, 어느 날 조폐공사 도안실장이 아이를 데리고 덕수궁으로 나오라고 해서 사진을 찍었고 그것이 화폐도안으로 이어졌다. 이 모자가 바로 흥남집 여사장과 그 아들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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