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덫” 묵직하고 아름다운 산문

신준봉 2023. 8.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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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이응준 지음
민음사

작가, 애견인, 논쟁가 이응준의 산문집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학잡지 등에 연재한 글을 묶었다. 저 복수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면 단연 작가일 텐데, 이응준에게 작가는 세계와 인간을 진단하고 예언하는 존재다. 문제는 세상과 인간 존재가 거대한 혼돈에 빠져 있거나 스스로의 안개에 시야가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예민한 작가는 시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고,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게 마련이다. 더구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무의미에 어차피 도달하게 돼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과 어떻게 싸워야 하나. 산문집은 이런 새삼스러운 난제들에 대한 ‘잠정적인’ 출구 모색이다 보니 묵직하다. 곱씹다 보면 그만큼 건질 것들이 생겨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서문’에서 내비친 바람대로, 솜씨 좋은 목수가 만들어놓은 반듯한 가구 같다.

이응준은 행복은 덫이라고 충고한다. 인생과 세상은 무의미하다고 여기고 살아야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법적 허무주의다.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게는 현명한 구석도 있는데, 행복해지는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점이다. 사랑이 그나마 불행과 맞서 싸울 무기라는 얘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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