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의 책임감, 철저히 조연이 된 '보호자'[TF인터뷰]
무슨 일이든 처리해 주는 해결사 우진 役 맡아 열연
"대작들 사이에서 대작으로 보이길...다양성 볼 수 있을 것"
두 번의 연기대상을 품에 안은 배우 김남길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그렇게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선배의 믿음에 보답했고,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남길은 지난 15일 스크린에 걸린 '보호자'(감독 정우성)에서 무슨 일이든 처리해 주는 성공률 100%의 해결사 우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실부터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언론 시사회까지 여러 차례 '보호자'를 본 김남길은 "예전과 다르게 만졌더라"고 운을 뗐다. 인물들의 관계성을 덜어내고 각 캐릭터의 특징에 더 집중한 것. 그는 "처음 영화를 볼 때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갔어요. 토론토에서는 관객들이 호응하면서 작품을 보니까 그 반응에 취했고요. 해외 관객들이 좋아하니까 한국 관객들도 좋아해주실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죠"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남길은 '보호자'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우성이 형에게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마음의 빚이 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에게 시나리오의 재미나 캐릭터의 매력 등은 그다음이었다. 김남길은 "캐릭터들이 다 독특했어요. '오랜만에 누아르를 하는 건가?'라고 기대했는데 계속 끌려다녔죠(웃음). 선배님이 연출하는 작품이고,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를 연기한 김남길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긴장감을 유발하며 극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변화시켰다. 다른 캐릭터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고민한 그는 킬러와 소시오패스 성향의 캐릭터를 찾아봤지만, 비슷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결국 본연의 모습에서 답을 찾은 그는 "제가 우성이 형을 대하는 애티튜드를 확장하려고 했어요. 조커나 사이코패스를 떠올리면 딜레마에 빠지면서 다운되니까 생각을 안 하려고 했죠"라고 말했다.
극 중 우진은 지금껏 봐온 킬러들과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어릴 적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하고 여전히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드러내는 그는 어디로 튈지 몰라 더욱 공포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성격을 끝까지 가면서 수혁과 그의 딸을 지키려는 등의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반전이 없는 설정에 아쉬움을 느꼈다는 김남길은 "클리셰적인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우성이 형은 의외성으로부터 오는 걸 의도한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는 걸 다 비틀면서 스타일리시하게 풀어나가려고 한 거 같아요. 사실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시나리오나 대사가 달라질 수 있어요. 하지만 우진의 설정이 달라지면 많은 걸 바꿔야 하거든요. 저는 우진이가 제대로 된 킬러이길 바랐어요. 또 나중에는 수혁의 편에 서지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죠. 하지만 시나리오 구성이 많이 바뀌어야되고 예산 문제도 있잖아요. 이번에는 철저히 조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또한 김남길은 '헌트'(2022)와 '보호자'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이정재와 정우성의 첫 도전을 함께한 배우가 됐다. 그는 두 사람의 연출 차이를 두고 "정재 형은 스태프들에게 다 맡기고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는 편이라면, 우성이 형은 스태프들에게 맡기면서도 디테일하게 봤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배우가 메가폰을 잡는 현장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남길은 "배우 출신의 선배님들이 연출하면 지시할 때 더 명확한 것 같아요. 배우들만이 갖고 있는 언어가 있다고 하면, 소통도 더 잘 되고요. 그래서 숨이 막혀요(웃음). 배우들도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감독님들은 배우들의 호흡을 모르거나 알고도 묵과할 수 있는데 이걸 귀신같이 아니까 숨을 데가 없어요. 그런 양면성이 존재하죠"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없는 걸 끄집어내서 연기하는 걸 잘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연기관이 매달 바뀌는데요. 제가 동화되지 않으면 대사가 안 나와요. 예전에는 그래서 안 슬픈데 슬픈 연기하는 게 어렵기도 했죠. 희로애락 감정을 다 느끼니까 어제랑 오늘이 또 다르더라고요. 이런 걸 가져가면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억지스러운 부분이 덜했죠. 그래서 자연스러움이라는 건 다큐 적인 건 아니지만, 저에게 비롯되는 게 아닐까요."
끝으로 김남길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극장가에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에 관해 "대작들 사이에서 대작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바람을 드러내면서 '보호자'만이 가진 차별화된 매력을 꼽으며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정말 유니크한 작품이에요. 단순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니라 이 다양성을 많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작품의 기승전결이 공식적으로 획일화되는 게 있는데, 그런 게 아닌 다른 방향성으로 보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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