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굴복 안 해”… 트럼프 ‘분노의 머그샷’ 연출[횡설수설/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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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박꾼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피의자 식별 사진)을 놓고 각종 내기를 걸었다.
그가 입고 나올 옷, 그가 지을 표정 등이 모두 초미의 관심사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가장 남자답고 잘생긴 머그샷이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어제 공개된 실제 머그샷 속 트럼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매서운 눈매로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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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것도 전례가 없거니와 그의 얼굴을 머그샷으로 접하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가짜 머그샷이 온라인에 퍼졌지만, 실제 사진이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그를 2020년 대선 방해 혐의로 기소한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지방검찰의 워터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기소장에서는 나올 수 없는 시각적 각인 효과가 작용한다. “미국 대통령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한탄이 쏟아졌다.
▷머그샷은 최대한 무표정하게 찍는 것이 재판 전략상 유리하다. 밝은 표정은 진지하지 않다는, 성난 표정은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래도 공인들은 머그샷 공개를 염두에 두고 특정 메시지 발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양복에 성조기 핀을 달았는데, 이는 9·11테러 당시 자신의 위기 대응 활약을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함께 기소된 여성 변호사는 립스틱을 바르고 미소 띤 얼굴로 머그샷을 찍었다. 트럼프가 담고자 한 이미지는 그가 SNS에 썼듯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강함이다.
▷머그샷 굴욕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풀턴 카운티 교도소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보다는 살인, 강간 등을 저지른 흉악범들이 많이 수감돼 있는 곳이다. 노후한 시설과 위생 불량으로 악명이 높다. 4월 사망한 수감자의 유가족이 “감방에서 빈대에게 뜯어먹혔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런 교도소 안에서 트럼프는 다른 수감자와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검찰은 공언했다. 트럼프는 2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20분 만에 석방됐지만, 재판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의 현재 지지율은 51.6%로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성추행 입막음부터 간첩 혐의까지 4차례 기소 때마다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그의 머그샷을 앞세워 후원금을 모금하고, 티셔츠와 기념품을 만들어 팔려는 시도들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머그샷 활용법이 비판자와 지지자 양쪽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리는 관심도 그만큼 커진다. 차기 대통령 선택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까지 함께 걸린 문제여서일 것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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