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어’ 속 농담·은유… 말과 삶 풍성하게 할 언어의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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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인 '몇살이에요?'는 한국에서 초면에 제일 먼저 건네는 질문 중 하나다.
철학자인 저자 이성민은 존댓말과 반말로 대변되는 한국의 강고한 수직적 문화를 깨기 위해 '평어'를 써보자고 제안한다.
평어는 '이름 호칭+반말'의 형태를 갖춘 상호 존중의 언어다.
단군 이래 계속 써온 듯 한국인의 DNA에 박힌 존비어 체계에 굳이 왜 평어를 편입하자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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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놓을 용기/이성민/민음사/1만6000원
서양에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인 ‘몇살이에요?’는 한국에서 초면에 제일 먼저 건네는 질문 중 하나다. 나이로 서열부터 정리하고 호칭과 존댓말 여부를 재빠르게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분이 있는 관계라도 나이 많은 사람에게 슬그머니 말을 놓으면 ‘말이 짧다?’, ‘버릇 없다’는 핀잔을 듣게 된다. 이처럼 손윗사람에게 꼭 써야 하는 존댓말은 지구상에 한국어와 일본어에만 존재한다고 한다.
평어는 이런 수평적인 호칭에 더해 반말까지 같이 쓴다. 직장 상사에게 “종훈, 기안서 이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 줘”라고 말한다. 다만, 손아랫사람은 존댓말, 손윗사람은 반말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평어는 어느 한쪽만 쓰지 않고 서로 사용한다.
단군 이래 계속 써온 듯 한국인의 DNA에 박힌 존비어 체계에 굳이 왜 평어를 편입하자는 걸까.
저자는 “한두 살 나이 차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어린 시절의 또래관계 속에서 우리는 보다 자연스럽고 유연했으며, 그래서 자유로웠다”고 말한다. 즉 평어 사용으로 또래문화를 확대하고, 평등한 또래문화에서 더 많은 자유를 느끼자는 것이다.
평어는 쓰기 쉬워 보이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평어 쓰기를 통해 경직된 관계에서 설 자리가 없던 ‘농담’과 ‘은유’가 활기를 얻어 우리의 말과 삶을 더욱 풍성하고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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