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필요하다면 여전히 금리인상 준비돼 있다”

박은하 기자 2023. 8. 2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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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통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5일(현지시간) “연준은 필요하다면 여전히 금리 인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준 주최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최고점에서 내려간 것은 환영할 만한 진전이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확신할 때까지 제한적인 수준에서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로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둔화시키는 등) 여기까지 온 걸 생각하면 우리는 다음 회의에서 신중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며 “추가 긴축을 할지 아니면 정책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데이터를 기다릴지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5.25~5.5%로 인상해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만들었다. 전달에는 1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으나 한 달 만에 0.25%를 인상했다. 다음 회의는 9월 19~20일이다.

시장에서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준이 지난 1년 간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거푸 올린 상황에서 과연 금리를 지속해 높여갈 의지가 있는지를 두고 시장 안팎에서 의문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최근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을 끝내야 하는 지표와 더 올려야 한다는 지표가 혼재돼 나타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상승했다. 이는 최근 최고치인 2022년 6월의 9.1%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지난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 증가해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으며 전달(3.8%)보다 둔화했다. PCE는 파월 의장이 물가 측정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반면 개인소비 등 경제 성장세 역시 견고하다. 미국 경제는 지난 2분기 전기 대비 연율 2.4% 성장했다. 이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은 것으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3분기 전망을 상향조정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재고하게 했다.

파월 의장은 “두 달간의 양호한 데이터는 물가상승률이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는 경제가 예상만큼 냉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징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해서 추세를 넘는 성장이 계속된다는 추가적인 증거는 물가상승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며 “이는 통화정책의 추가 긴축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시사했지만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는지 경제 지표를 봐 가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으로 경제를 냉각시키는 데 필요한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중립금리를 확실하게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 제한의 정확한 수준에 대해서는 항상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을 가속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금리 수준을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의 높은 성장세, 재정적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으로 최근 미국 경제의 중립금리가 구조적으로 높아졌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미국의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면 현 연준의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억누를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는 의미이며 이는 추가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파월 의장의 대답은 ‘중립금리가 어느 수준인지 모른다’에 해당한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8월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서 시장에 큰 충격파를 안겼다. 이 발언 여파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두 달간 20%가량 하락할 정도였다. 파월 의장은 올해 물가상승에 대한 여전한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1년 전보다는 누그러진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뉴욕증시는 전날 하락장에서 벗어나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이날 오전 10시20분 시점에 전일 대비 99.88 포인트(0.29%) 오른 3만4199.30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전일보다 18.57 포인트(0.4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85.70포인트(0.64%) 오른 상태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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