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터 산업 꾸준히 성장시킨 ‘캐릭터의 힘’

이복진 2023. 8. 2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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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부터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놀이'라고 불리는 영역은 '어른이 되기 전의 어린이가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놀이'로 인식됐다라는 말은 거짓이다. 엔터테인먼트·콘텐츠·놀이는 원래부터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엔터테인먼트야말로 '어른'이 열광했던 영역이다."

끊임없이 뜨고 지는 콘텐츠 시장에서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만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현재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산업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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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흥행·J팝 춤 챌린지 등
日 장기 불황에도 엔터는 잘나가
포케몬 등 세대 초월 아이콘 돼
캐릭터 기반 수익다각화 장수 비결
韓 웹툰·日 만화 강하게 연동돼
“국경 넘는 새 만화 경쟁 벌어질 것”

모든 뜨는 것들의 비밀/나카야마 아쓰오/김지영·김유선·심지애 옮김/사회평론/1만8000원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부터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놀이’라고 불리는 영역은 ‘어른이 되기 전의 어린이가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놀이’로 인식됐다……라는 말은 거짓이다. 엔터테인먼트·콘텐츠·놀이는 원래부터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엔터테인먼트야말로 ‘어른’이 열광했던 영역이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슬램덩크’는 5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J팝 열풍이 불며 일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가 유행하는 등 일본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릴 정도로 장기불황이 이어졌지만 유독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불황이 없었다. 끊임없이 뜨고 지는 콘텐츠 시장에서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만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랫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탐구해온 저자는 “엔터테인먼트야말로 ‘어른’이 열광했던 영역”이라며 “‘모든 뜨는 것들의 비밀’은 엔터테인먼트 영역이 어떻게 경제를 돌아가게 하고 사회적 관계에 윤활유가 되고 개개인이 긍정적으로 살아가도록 바람직하게 순환하는 사회에 공연하는지 정면으로 파고든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슈퍼마리오·슬램덩크·포케몬·토토로.
저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와 문화적 가치를 분석하는 엔터테인먼트 사회학자이다. 동시에 게임 ‘팩맨’을 개발한 반다이남코 스튜디오 산하에서 게임 개발·아트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경영, 컨설팅에도 뛰어들었다. ‘엔터테인먼트의 거장’ 등의 저서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탐구해온 저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어떤 비즈니스 모델도 결코 멸종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인터넷이 보급되며 공연예술이나 라이브 공연이 인터넷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더 큰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현재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산업분야다. 더불어 우리 일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대중의 인기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가 대중에게 선택받고 오래도록 살아남을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어떻게 형성됐으며 성장하고 있을까.
나카야마 아쓰오/김지영·김유선·심지애 옮김/사회평론/1만8000원
저자는 일본의 공연예술, 영화, 음악, 출판, 만화, TV, 애니메이션, 게임, 스포츠 9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슈퍼마리오, 포케몬, 지브리, 슬램덩크 등 세대와 국경을 넘어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콘텐츠도 담겨 있다. 이러한 것들이 일회성 흥행이 아니라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저자는 지식재산권(IP)과 플랫폼 창출이라고 설명한다. 캐릭터를 브랜드화해 그와 관련된 모든 상품의 권리를 갖게 되면서 수익원을 다각화시켰고, 그로 인해 콘텐츠의 수명도 길어질 뿐 아니라 끊임없는 후속작 생성과 파생 산업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포케몬은 게임에서 출발했지만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해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확대 제작됐다.

오늘날 세계 시장은 콘텐츠로 연결돼 있다. 저자는 일본 콘텐츠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가 일본 영화 시장을 어떻게 잠식했으며, 일본 영화 산업이 그에 맞서 어떤 대응을 펼쳤는지도 보여준다. ‘노’나 ‘가부키’ 같은 일본 전통 공연예술은 물론 브로드웨이 시장도 함께 분석한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일본 콘텐츠 시장과 한국 콘텐츠 시장은 다르다. 그럼에도 일본 시장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일본의 콘텐츠 시장과 한국의 콘텐츠 시장은 강하게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웹툰이다. 일본에서 만화가 시작했으며, 한국으로 넘어와 디지털화돼 웹툰이 됐다.

웹툰 시장에 대해 “일본 만화 시장에 버금가는 규모의 산업이 형성돼 있다”고 평가한 저자는 “현재 일본에서는 웹툰시장에 많은 신생 기업이 뛰어들고 있어 국경을 넘는 새로운 만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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