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사기꾼이 너무 많다

이우중 2023. 8. 2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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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국 전직 고위 인사의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대한민국에는 정말 다양한 단체들이 있구나 싶어 건성으로 듣고 있는 와중에 "세계일보 이우중 기자도 참석하셨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다만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까지 내빈으로 소개하며 행사장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등 마음 한구석에 찜찜한 느낌이 남아 있고, 한 독자의 연락을 받고서는 그 마음이 좀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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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국 전직 고위 인사의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그의 정세 인식과 제안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은퇴한 정치인이 실현 가능성 낮은 주장을 하는 것이나 소일 삼아 이런저런 행사에 얼굴을 비치는 것 모두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행사를 주최한 소위 ‘한·A국 간 민간교류협회’라는 곳은 미심쩍은 부분이 제법 있었다. 난생 처음 듣는 회사·단체의 대표나 회장을 자임하는 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A국과의 직항노선을 주당 몇 회까지 늘리겠다느니, 특정 항구를 통해 수출입을 활성화하겠다느니 하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로 행사를 시작했다. 고위 인사에게 세부 실행방안에 대한 질의를 해도 “양국 교류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는 등의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이우중 국제부 기자
더 당혹스러운 일은 내빈 소개 시간에 벌어졌다. 낯선 단체와 낯선 이름들이 연이어 호명됐다. 대한민국에는 정말 다양한 단체들이 있구나 싶어 건성으로 듣고 있는 와중에 “세계일보 이우중 기자도 참석하셨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는 ‘저는 내빈이 아니다’라고 큰소리로 강변했다.

제목을 다소 과격하게 썼지만 이들이 사기꾼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까지 내빈으로 소개하며 행사장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등 마음 한구석에 찜찜한 느낌이 남아 있고, 한 독자의 연락을 받고서는 그 마음이 좀 짙어졌다. 이 독자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누군가의 꾐에 빠져 모아둔 재산을 모두 싸들고 투자를 한다며 집을 나가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자신을 꾀어낸 사람과 함께 이 행사장에 방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행사의 성격 등을 물었는데, 사실관계는 따져봐야겠지만 만약 그 행사를 통해 누군가 A국과의 교류 활성화에 베팅한다면 개인적으로 말리고 싶다.

얼마 전에는 ‘현직 기자의 주식 코칭’이라는 이름을 단 강의가 유료로 판매되고 있는 것을 봤다. 기자 이름을 달고 유료 주식강의를 하는 게 맞는지, 회사에서 저런 걸 과연 허락했는지 하는 의문보다도 ‘기자가 뭘 안다고 주식강의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건 마치 ‘현직 셰프의 형사소송법 강의’만큼이나 직업과 콘텐츠 간에 접점을 찾아보기 힘든 느낌인데, 심지어 검색해보니 그는 경제매체 기자도 아니고 경제 관련 부서와도 무관한 온라인 언론사 소속이었다.

그는 자신의 매매법을 사용하면 하락장에서는 잃지 않고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쯤 되면 수강생들의 투자성적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사실 수강생보다 강사 본인의 투자성적이 더 궁금하지만 저런 부류는 자신의 계좌를 속시원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주식, 가상자산 등 투자 외에도 소위 돈 버는 ‘비법’을 판매하는 이들 사이에는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요약하자면 “나는 돈이 많고, 나처럼 부자가 되고 싶으면 돈을 내고 내 비법을 전수받으라”는 건데, 부자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이런 사람들을 피해야 하지 않을까.

이우중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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