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놀런의 현대물리학

2023. 8. 2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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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영화는 서사의 시간이 일직선으로 진행되지 않고 여러 시간대의 이야기를 뒤죽박죽 섞어 놓은 듯해서 처음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이렇게 영화 한 편에 여러 시간대가 존재하는 서사 전략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이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아모레스 페로스'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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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영화는 서사의 시간이 일직선으로 진행되지 않고 여러 시간대의 이야기를 뒤죽박죽 섞어 놓은 듯해서 처음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이렇게 영화 한 편에 여러 시간대가 존재하는 서사 전략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이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아모레스 페로스’와 비슷했다.

그런데 타란티노는 홍콩 무협영화나 할리우드 웨스턴 등 기존 장르를 차용하거나 뒤섞고, 이냐리투가 예술영화를 만드는 데 비해 놀런은 물리학 개념을 서사 전략에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배트맨을 다룬 ‘다크 나이트’ 시리즈나 기존 작품을 리메이크한 ‘인섬니아’를 제외하고, 놀런이 각본을 쓴 작품들은 현대 물리학의 주제들과 관련이 있다.

최신작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이론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이야기를 다룬다. 주된 이야기 축은 원자폭탄 개발이지만 그 전에 현대 물리학의 거물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등장한다. 놀런의 주된 관심사가 현대물리학이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놀런의 이전 작품인 ‘덩케르크’(2017)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다룬 영화로, 사람들의 시간 구성이 상황마다 각기 다르다. 해변에서 철수를 기다리는 사병들의 시간은 일주일, 처칠의 총동원령에 부응해 요트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병사들을 구출하러 가는 민간인들의 시간은 하루, 그리고 비행기 연료가 다 떨어진 상황에서 이들을 공중에서 엄호하는 전투기 조종사의 시간은 두 시간이다.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인터스텔라’는 우주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는 지구와 시간대가 다르고 아예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천체물리학의 개념을 적극 활용했다. ‘테넷’은 타임머신, ‘인셉션’은 의식의 다른 차원을 다룬다.

놀런의 이런 서사 전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은 좀 엉뚱하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이다.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려고 쓴 이 책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물리학의 개념도 설명했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한 장을 읽으면 ‘인터스텔라’와 ‘덩케르크’의 시간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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