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아내 살해 무죄’ 남편, 보험금 청구소송 2심도 승소

法 “2억여원 일시금 지급·월 지급액 별도”
2016년부터 보험사 상대 소송 제기해 승소
보험금 원금 95억원, 이자 포함 100억여원
대법, 2021년 아내 살인·사기 혐의 무죄 확정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만삭 아내가 교통사고로 숨진 뒤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남편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사진=이데일리DB)

서울고법 민사27-2부(지영난 박연욱 이승련 부장판사)는 25일 A(53)씨와 그의 자녀가 라이나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2억여원대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라이나생명보험이 A씨와 자녀에게 2억여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이와는 별개로 2024년 8월 23일까지 매월 120만원과 80만원을 A씨와 자녀에게 각각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4년 8월 23일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던 중 갓길에 서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24세 아내가 숨졌다. 아내 앞으로는 95억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 계약이 돼 있는 상태였다.

검찰은 A씨가 2008~2014년 아내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한 보험 25건에 가입하고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살인, 보험금 청구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살인,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에 대해서만 금고 2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A씨가 결혼 후 매년 꾸준히 보험을 가입한 점, 배우자와 나이 차가 많아 보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A씨 진술 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또 차량 사고로 A씨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는 점도 고의 사고로 단정할 수 없는 근거로 봤다.

A씨는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2016년 8월 삼성생명보험, 교보생명보험, 미래에셋생명보험 등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A씨가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받은 뒤 재개됐고 A씨는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그는 2021년 10월과 지난해 8월 삼성생명보험과 NH농협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비롯해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이겼다.

A씨가 가입한 보험금 원금은 95억원이며 지연 이자를 합치면 총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은 (jaeeu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