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 대학살’ 지우려는 日… 절실한 기억의 복원 외치다

송용준 2023. 8. 2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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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1일 토요일 오전 11시58분, 진도 7.9의 강진이 일본 도쿄와 간토 일대를 강타한다.

2000년 4월 당시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는 "지금 도쿄에는 불법 입국한 삼국인과 외국인이 흉악한 범죄를 거듭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큰 재해가 일어난다면 엄청난 소요까지도 상상할 수 있는 형국"이라고 일본 거주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을 '일본 안의 적'이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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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증언/김응교/책읽는 고양이/1만7000원

1923년 9월1일 토요일 오전 11시58분, 진도 7.9의 강진이 일본 도쿄와 간토 일대를 강타한다. 오후 3시경부터 ‘조선인들이 불을 지르고 다닌다’거나 ‘우물에 독을 탄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선인에 대한 전대미문의 집단학살이 자행된다. 그해 12월 대한민국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은 6661명의 조선인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내무성이 집계한 조선인 희생자는 231명이었다.

이렇게 100년 동안 일본이 간토 대학살을 역사에서 지우려는 ‘삭제의 죄악’에 맞서 ‘기억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느낀 저자는 20년간 일본의 혐오사회와 국가폭력에 맞서온 한국과 일본의 작가와 시민들에 대한 기록을 연구해 책으로 엮었다.
김응교/책읽는 고양이/1만7000원
책의 2장은 일본의 시인 쓰보이 시게지의 204행의 장시(長詩) ‘15엔 50전’을 국내 초역으로 선보인다. 시인은 ‘주유고엔 고쥬센(15엔 50전)’을 조선인처럼 ‘추유코엔 코츄센’으로 발음했더라면 자신도 (조선인을 학살하던 자경단에게) 곧 끌어내려졌을 것이라고 고발한다. 쓰보이 외에 소설가 이기영,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시인 김동환, 시인 미야자와 겐지 등의 증언도 실었다. 조선인에게 용서를 빈 변호사 후세 다쓰지, 일본 책임을 물은 노벨문학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등 일본 내 사죄 움직임도 다뤘다.

하지만 일본 사회의 타자 혐오는 여전하다. 2000년 4월 당시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는 “지금 도쿄에는 불법 입국한 삼국인과 외국인이 흉악한 범죄를 거듭하고 있다. … 이 상황에서 큰 재해가 일어난다면 엄청난 소요까지도 상상할 수 있는 형국”이라고 일본 거주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을 ‘일본 안의 적’이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반일’로 100년의 갈등을 풀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 내에도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는 지식인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양심 세력·연구자·작가 등 두 나라 시민의 연대를 해법으로 제안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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