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베를린 전투... 영화보다 더 잔혹한, 숨겨진 진실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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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있었던 자리엔 포탄 자국, 전차 캐터필러와 군용 트럭의 바퀴 흔적, 시체가 남는다.
전쟁 영화와 역사 교과서를 통해 전쟁을 간접 체험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전쟁터의 참혹함과 사망한 장병의 숫자와 전후 국제정세의 변화로 전쟁을 인식하곤 한다.
책은 1945년 1월 소련 붉은군대의 독일 진격 준비부터, 5월 베를린 함락까지의 소련과 독일 간의 전쟁을 중심으로 다루며, 전후 사정을 일부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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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함락 1945/엔터니 비버, 이두영 옮김/글항아리/4만원
전투가 있었던 자리엔 포탄 자국, 전차 캐터필러와 군용 트럭의 바퀴 흔적, 시체가 남는다. 전쟁 영화와 역사 교과서를 통해 전쟁을 간접 체험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전쟁터의 참혹함과 사망한 장병의 숫자와 전후 국제정세의 변화로 전쟁을 인식하곤 한다. 역사 기록엔 민간인 사망 숫자가 포함되지만, 숫자는 전쟁의 상흔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전쟁은 약자에게 가혹하고, 특히 많은 여성은 남성 군인들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도구가 됐다. 독일의 잔혹함에 고통받았던 소련군은 독일로 진군하며 복수의 명목으로 집단강간을 하거나 한 여성을 수십명이 강간했지만, 비일비재한 이 행위를 대부분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심지어 복수의 대상이 아닌 독일로 잡혀 온 소련 여성이나 우크라이나인, 벨라루스인, 유대인 여성도 강간의 대상이 됐다. 저항하면 폭력을 행사하거나 죽이는 일도 빈번했다.
베를린 2개 병원에서만 9만5000∼13만명 정도가 강간을 당하고, 이 중 1만명 정도가 대부분 자살로 사망했다고 추론했다. 저자는 200만명의 독일 여성이 강간당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도 소련은 전 세계, 특히 공산주의 추종 국가들이 일련의 사태에 주목하기 전까지 이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여자들만이 고통당한 건 아니다. 독일군 포로는 이전에 소련군 포로가 그랬듯이 놀림감이 되다가 죽었고, 소련 순찰대 병사가 죽은 마을의 주민은 몰살당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는 수많은 학살을 저질렀고, 그 대가는 독일 국민이 짊어져야 했다.
독일 공산주의자들은 붉은군대를 해방군으로 여겼지만, 순진한 착각이었다. 소련의 방첩대는 독일에 존재한 적이 없는 ‘파르티잔(빨치산)’과 함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산주의자들을 탄압했다.
소련은 승리했지만, 살아남은 병사들이 승리의 기쁨만 맛본 건 아니다. 독일에 발을 들인 굶주린 소련군은 자신의 나라보다 부유한 적국에 놀랐고, 건축자재를 소포로 본국에 부치는 일이 빈번했다.
소련 보안 당국은 전후 13만5000명의 붉은군대 병사와 장교들을 사상이 의심되는 ‘반혁명 범죄’로 군사법정에 세웠고, 독일에 잡혀 있던 소련군 포로들은 시베리아나 변방의 부대로 보내졌다.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중요한 건 소련군의 안위나 해방보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이었다.
인간성이 상실된, 어둡고 끔찍한 역사 장면의 기록은 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지를 증명한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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