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커지는 中… 동북아 화약고 대만의 운명은

시진핑 ‘하나의 중국’ 원칙 철저히 고수
‘무력 사용 레드라인’ 유지 충돌 가능성도
해양으로 나가는 관문 대만 가치 커져
中, 세계적 강대국으로 대두 美와 충돌
수십 년간 안보 우산 제공 ‘방패’ 힘 잃어
“대만, 안보와 좋은 삶 두 벽 앞에 놓여”

벼랑 끝에 선 타이완/리처드 부시/박행웅·이용빈 옮김/한울/4만9000원

“국가주권, 안보, 그리고 발전 이익을 보장한다는 전제 아래, 타이완(대만) 동포들의 사회 제도와 생활 방식은 평화적 통일 이후 완전히 존중될 것이며, 타이완 동포들의 사유재산, 종교적 신념,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도 완전히 보장될 것이다.”

2019년 1월2일,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은 양안의 통일이 대만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교리적 견해를 담은 연설을 했다. 시진핑은 이날 연설에서 통일이 대만에 이익이 되고, 통일 방법으로 일국양제를 제시하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철저히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대만 해협을 둘러싼 양안 관계와 미중 관계는 물론 대만 내부의 정책적 과제를 분석하고 미래를 조망한 책이 나왔다. 사진은 왼쪽부터 중국 지도자 시진핑, 대만군의 군사훈련 모습, 대만의 지도자 차이잉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중국 정부는 시진핑 이전부터 제시해온 ‘무력 사용 레드라인’을 유지하고 있어서 양안 사이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즉, 중국 정부는 대만의 분리를 초래할 중대 사건이 일어나거나, 대만이 외국 침략을 받고 점령당하거나, 대만 당국이 협상을 통한 양안 통일의 해결책을 거부할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남동쪽과 일본 열도의 남서쪽, 필리핀의 북쪽에 위치한 대만은 결코 순탄했던 적이 없었다. 천연자원은 거의 없고, 산맥 지형이 섬의 동쪽 3분의 2를 차지한다. 국토 면적은 3만5808㎢로, 스위스보다 약간 작다. 인구는 약 2300만명으로, 밀도가 매우 높다. 기본 가치관 역시 동질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웃엔 늘 거대하고 때론 약탈적인 나라가 있었다. 17세기 전반 스페인에 이어 네덜란드가 통치했고, 17세기 후반에는 청나라의 지배를 받았으며, 청나라가 청일전쟁에서 패한 뒤엔 1895년부터 50년 동안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기도 했다. 일제 패망으로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곧 중국 본토에서 내전에 패한 장제스와 중화민국 정부가 퇴각해 타이베이를 수도로 삼으면서 중국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리처드 부시/박행웅·이용빈 옮김/한울/4만9000원

이는 모두 대만이 가진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선 태평양과 해양으로 나가는 핵심 관문에 위치해 있고, 미국과 일본 등의 입장에선 태평양에서 최적 안보경계선으로 간주된다. 즉, 일본에서 호주까지 이어지는 아시아·태평양의 제1 열도선의 중간 연결고리로 여겨진다.

대만 지도자들은 1950년대 작은 섬과 위험한 이웃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대전략’, 즉 생존전략을 개발 채택했다. 그것은 바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 1954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는 것을 필두로 미국의 보호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최근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중국이 세계적 강대국으로 급격히 대두하면서 양안 사이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반면, 수십 년간 안보 우산을 제공해온 미국이라는 ‘방패’가 힘을 잃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대만 내부 상황도 변곡점에 서 있다. 대만 정부는 내부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 수출주도형 산업화 프로그램에 착수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하여 2016년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인당 GDP는 4만7800달러로 세계 30위권에 들어왔고, 인구의 98.5%가 글을 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좋은 삶’을 영위하는 중이다. 정치 사회체제 역시 진보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전 세계적인 정치변혁 과정에서 대만은 ‘제3의 물결’ 상징이었다. 1940년대 후반부터 존재했던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로 전환했다. 정치권력은 리덩후이의 국민당 → 천수이볜의 민진당 → 마잉주의 국민당 → 차이잉원의 민진당으로 유전하면서 국민당과 민진당 사이에서 정권교체를 이어왔다.

하지만 대만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는 예기치 못한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경제성장과 함께 고령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한편 인구 증가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에너지 수요는 급증했고, 환경오염은 심해졌다. 경제성장 속에 불평등은 심화했고, 청년과 노인 간 세대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대만 민주화 역시 중국과 미국 모두에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대만의 민주주의 진전과 법률상 독립의 진전은 베이징이 원하는 형태의 통일을 이루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하고 있다. 베이징은 타이베이의 지도자들과 협상하고 설득해 일국양제로 통일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것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리덩후이나 천수이볜 등 강경 지도자들이 베이징을 자극하면서 양안 간 무력충돌 가능성을 점점 커지고 있다. 양안 관계 갈등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는 것이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동아시아정책연구소 소장 및 대만 석좌를 역임한 저자는 책에서 대만을 둘러싼 현재 상황과 당면한 여러 어려움과 딜레마를 이처럼 차분하게 검토한다. 그러면서 베이징의 대대만 정책과 대만의 안보문제 접근법, 미국의 대응 등 양안 관계의 다양한 측면과 전망을 살핀다.

저자는 현재 대만은 양안 관계 속에서 안보분야 과제와 정부 예산과 에너지, 경제 등의 정책 과제가 있다며 ‘안보’와 ‘좋은 삶’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국내적 정책 과제를 수행하면서도 양안 사이의 무력충돌을 억제하는 어려운 선택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보와 좋은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먼저 대만의 정치체제를 개혁, 각 정당 및 대만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광범위한 통합이 선결되면 국내 정치적 지지가 강화할 것이고 베이징과의 협상에서도 강력한 위치가 될 것이라고.

“타이완의 정치 지도자들은 베이징의 야망을 가볍게 여길 여유가 없다. 타이완 지도자들은 그저 최선을 바라면서 단순히 대처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 중국의 야망에 대항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은 타이완의 민주주의 체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과제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