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비극, 반복되지 않도록…우리가 해야 할 '기억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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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와 50이 앞뒤로 있는 간단한 문구.
누군가는 말장난 아니냐고 하겠지만, 100년 전 일본에서는 생사를 가를 정도로 무서운 말이었다.
그가 14연 204행에 이르는 긴 시에 '15엔 50전'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일 테다.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로 활동하는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펴낸 책 '백년 동안의 증언'(책읽는고양이)에서 '15엔 50전' 시와 간토 대학살의 비극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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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십오엔 오십전(十五円 五十錢)이라고 해봐!'
15와 50이 앞뒤로 있는 간단한 문구. 누군가는 말장난 아니냐고 하겠지만, 100년 전 일본에서는 생사를 가를 정도로 무서운 말이었다.
자신 있게 '쥬우고엔 고쥬센'라고 발음하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츄우코엔 코츄센'이라고 발음하거나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무자비한 창칼이 날아들었다.
일본 시인 쓰보이 시게지(壺井繁治·1898∼1975)는 '그저 그것 때문에' 1923년 9월 일본 간토(關東) 지방에서 조선인들이 무참히 살해됐다고 증언한다.
그가 14연 204행에 이르는 긴 시에 '15엔 50전'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일 테다.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로 활동하는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펴낸 책 '백년 동안의 증언'(책읽는고양이)에서 '15엔 50전' 시와 간토 대학살의 비극을 조명한다.
김 교수가 2005년 학술지를 통해 번역 발표했던 이 시는 100년 전 역사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 불이 꺼지지 않는 중에 / 벌써 유언비어가 시중에 문란하게 떠다녔다 / 요코하마(橫浜) 방면에서 센징(鮮人·조선인에 대한 차별어)이 떼를 지어 밀려오고 있다!'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소문이 퍼져갔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관지였던 '독립신문'은 1923년 12월 5일 자 신문에서 지진 이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로 인한 피해자가 6천661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쓰보이 시게지가 시를 쓴 의도에 주목한다.
그는 "시인은 '유언비어의 발화지가 어디였는지'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집단 광기의 발화지는 일본 경찰이며, 그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다고 증언한다"고 설명한다.
"발음 하나를 듣고 사람의 목숨을 따진다는 것은 희극적 비극이요, 광기의 오락이었다."
김 교수는 비극을 기록으로 남긴 한국과 일본 내 여러 목소리도 전한다.
그는 소설가 이기영, 시인 김동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속에서 당시 학살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찬찬히 짚는다.
책은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도 비중 있게 다룬다.
평화를 추구하며 일조협회에서 활동하는 미야카와 야스히코 씨, 조선인 학살 사건에 관한 증언 1천100개를 모아 책으로 엮은 니시자키 마사오 씨 등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책을 쓴 목적이 반일(反日)이 아니라 평화를 기원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되새겨야 한다는 뜻에서다.
"기억해야 할 과거를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짓은 죄악입니다. '삭제의 죄악'에 맞서 '기억의 복원'이 필요합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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