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수사심의위, 박정훈 대령 ‘항명’ 수사 “의견없음”으로 종결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변호인과 출석
수심위원 1명 불출석으로 총 11명 출석…
박 대령 측 “누구도 법률적 질문 안 했다”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25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가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된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의견 없음’ 결론을 내고 사실상 종결됐다. 박 대령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지속 여부와 공소 제기 여부 모두 검찰단의 공으로 넘어간 셈이다. 박 대령 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기관으로서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심위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첫 회의를 열고 오후 8시 전후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심위는 오후 9시쯤 공지를 내고 “(박 대령 항명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및 공소제기 여부 등 두 안건에 대해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에 이르지 못했다”며 “수심위 운영지침 제17조 제2항에 따라 심의의견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위원회는 충분한 논의를 통하여 일치된 의견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하되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다.
국방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소방청과 공법학 관련 학회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위원 총 12명으로 수심위를 구성했다. 이날 회의에는 권익위가 추천한 위원 1명이 불참해 총 11명이 출석했는데 위원장은 투표권이 없다. 남은 10명 중에서 5명은 ‘수사 중단’, 4명은 ‘수사 지속’에 투표했고 1명은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반수인 6명 이상이 투표한 쪽이 없어 국방부 검찰단에 의견을 내지 못했다.
수심위는 이로써 한 차례 회의로 종결됐다. 향후 박 대령 측이 수심위 소집을 다시 신청하면 재소집될 수 있지만 이 경우 국방부가 위원 추천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권익위 추천 위원이 참석한 상태에서 재의결할 것을 신청하거나 수심위 차원의 의견을 내달라고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수심위가 의견을 내지 못한 데 따라 앞으로 수사나 공소제기 여부는 국방부 검찰단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박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와 공소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는 사라지고 사단장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수사만 남게 됐다. 순직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21일 사단장과 여단장의 범죄 혐의는 특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수심위원들은 이날 오전 국방부 검찰단 측과 박 대령 측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양 측과 교대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단과 총 두 번 교대로 회의장에 들어갔다며 박 대령 측이 쓴 시간은 총 2시간 정도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7시쯤 회의장에서 나온 김 변호사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검찰단이 최초 질의응답에 2시간을 쓰면서 위원들을 설득한 것 같고 위원들은 그 서류를 보면서 질문을 했다”며 “누구도 법률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참담했다”고 말했다.
수심위는 박 대령 측의 요청으로 구성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순직 사건을 이첩하자 항명이라며 회수한 뒤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가 혐의를 ‘항명’으로 바꿔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대령 측은 초동수사 과정에서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다며 국방부 검찰단이 아닌 제3의 조직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다.
한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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