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일 마세요"…존리, 규정 지키란 준법감시인 경고 무시했다

증선위 "존리, 10년간 내부통제 체계 심각하게 무너뜨려"
"개인 자격 아닌 '대표이사 지위' 악용한 것으로 판단"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전 대표가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공준호 기자 = 과거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의 대표이사이자 '동학개미 멘토'로 알려진 존리 전 대표가 본인의 유튜브에 자사 금융상품 광고를 올리는 것과 관련해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내부 준법감시인의 경고에도 "쓸데없는 일 말라"며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를 '대표이사가 스스로 내부통제를 무너뜨린 행위'로 판단했으며, 그 결과 메리츠자산운용은 11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25일 공개된 증권선물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메리츠자산운용 준법감시인은 존리 전 대표에게 (유튜브 등) 매체 이용시 개인계정이라 할지라도 금융투자협회 등이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한다고 고지했다. 존리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9월 '존리의 라이프스타일 주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바 있다.

준법감시인은 존리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주의'(warning sign)를 주는 의미로 이 경고를 '우편'으로 보냈다.

그런데 존리 대표는 그 부분에 대해 "쓸데없는 일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준법감시인은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내부통제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이를 조사해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는 직위다. 회사 대표이사라 하더라도 준법감시인의 내부통제 조사와 권고, 경고 등은 받아들여야 한다. 내부통제를 가장 잘 지키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총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존리 전 대표는 내부통제 총 책임자이면서도 오히려 준법감시인의 경고를 '쓸데없는 일'이라고 평가절하 하며 묵살했다.

메리츠자산운용 측은 "존리 전 대표는 금융과 관련한 일반적인 사항이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유튜브를 개설했고 실제로 그런 영상들도 많이 있었다"며 "존리 전 대표는 그런 취지에서 유튜브 계정이 운영된다고 생각해 저희가 광고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무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메리츠자산운용은 존리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규정을 지키지 않고 회사 펀드 5개 상품을 광고한 혐의로 지난 6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약 11억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당시 증선위 정례회의에 참석한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장은 "이같은 부분들이 회사의 내부통제가 심각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대표이사가 1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의 내부통제 체계를 심각하게 무너뜨린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증선위는 개인에 대한 제재의결 결과를 공개하지 않지만, 존리 전 대표 역시 해당 혐의에 대해 제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제재심에서 존리 전 대표에 대해 △금융상품 광고 관련 준수 의무를 포함해 △이해상충 관리 의무 △부동산 전문인력 유지 의무와 관련해 직무정지와 과태료·과징금 부과를 의결하고 증선위에 상정한 바 있다.

존리 전 대표는 2013년 메리츠자산운용에 합류한 이후 10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존리 전 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으로 퇴진한 후 메리츠자산운용은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인 KCGI에 인수됐다.

ze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