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파업 노동자, 국가에 1억6600만원 배상” 판결…노조 반발
이자 감안 땐 3억 육박 ‘손배 폭탄’
노조 “물러서지 않고 대응할 것”
경찰 측 재상고 하면 대법원으로
국가(경찰)가 2009년 회사 정리해고에 반대해 옥쇄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은 노동자들이 국가에 1억6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노동자들 손을 들어주면서 11억원대였던 배상액은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일부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지운 데 대해 판결을 비판했다. 파업 관련 손배 소송을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고법 민사38-2부(재판장 박순영)는 25일 국가가 쌍용차 노동자 36명을 상대로 낸 손배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노동자들이 국가에 1억6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 발생 이후 이자를 포함하면 배상금은 2억8000만원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부는 소송비용의 90%는 국가가, 10%는 노동자들이 부담하라고 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9년 5월 정리해고에 반대해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헬기로 노동자들이 있던 공장 옥상에 유독성 최루액을 대량 투하하며 진압했다. 노동자들이 저항하면서 헬기와 기중기가 일부 손상되자 국가는 손해를 물어내라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노동자들의 손배 책임을 인정했고,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노동자들이 물어내야 할 돈은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손배 소송으로 이중의 고통을 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손배폭탄’으로 대응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운동을 벌였다.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다시 심리하라고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경찰의 위법한 무력 진압을 방어하면서 경찰 장비를 일부 손상했다면 ‘정당방위’에 해당해 손배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을 ‘가해자’가 아니라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규정한 셈이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 부상, 차량과 무전기 손상에 대한 손배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조정을 권고했다. 조합원 개인의 손배 책임은 면제하고 노동조합이 3억원을 국가에 배상한다는 게 조정안이었다. 그러나 국가 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조정은 결렬됐다. 결국 이날 재판부가 1억6600여만원 배상 판결을 했지만 국가 측이 재상고하면 대법원 판단을 또다시 받아야 한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이날 판결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100% 만족하진 않지만 14년간 국가폭력에 의해 고통받은 시간을 끝내자는 절박함으로 당사자들끼리 논의해 조정안을 받았다”며 “그러나 경찰은 조정안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가가 끝까지 (노동자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에 분노한다”며 “이 문제를 물러서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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