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국, 프리고진 탄 비행기 내부 폭발 인한 암살에 무게”
미국 정부가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이 고의적인 비행기 폭발에 의한 암살일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프리고진 사망 배후로 지목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유능하지만 큰 실수를 했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가 암살 계획에 의해 추락했으며, 미사일이 아닌 비행기 내부의 폭탄 또는 다른 종류의 사보타주(파괴 행위)가 추락 원인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할 당시 미국 위성 감시망에 미사일 발사에 따른 열 흔적이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미국 관리들은 사적으로는 프리고진이 암살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고 WSJ는 전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 정부의 사전평가는 프리고진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정부가 폭탄이나 암살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는 부인했다.
앞서 러시아 재난 당국은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 비행기가 지난 23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프리고진의 사망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수반 대행인 데니스 푸실린과 만난 자리에서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힘든 운명을 타고 났고 살면서 큰 실수도 했다”고 했다. 이어 “그의 유족에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나치와의 싸움에 큰 공헌을 했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망 원인에 대한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프리고진은 사망 직전까지도 아프리카 사업 확장을 위해 매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프리고진이 지난 18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포스탱아르캉주 투아데라 중아공 대통령과 수단 군벌 지휘관들을 잇따라 만나는 등 신변위험 가능성을 무시한 채 최근까지도 종횡무진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내가 아는 한 그는 어제 아프리카에서 돌아왔다. 거기서 몇몇 관리들을 만났다고 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프리고진 사망으로 안보 위협이 고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그너 그룹이 푸틴 대통령의 휘하에 들어간다”면서 “우리 모두 질문해보자. 벨라루스에 주둔하고 있는 바그너 그룹의 위협이 더 커질 것인가, 더 작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프리고진의 죽음은 푸틴 정권이 서로를 죽이는 또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는 방증”이라며 “그렇다고 프리고진의 죽음이 안보 상황을 어떤 형태로든 개선해 우리가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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