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눈치 보여서" 공항으로…여전히 갈 곳 없는 노인들

이희령 기자 2023. 8. 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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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행객들로 붐비는 공항에 여권도 없이, 여행 가방도 없이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위를 피해 모여든 어르신들인데요, 왜 공항까지 갔는지,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이곳은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교통센터입니다. 공항 시설인데 여행객보다 노인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 뒤에 있는 평상을 보면 비닐, 돗자리를 깔고 식사를 해결하는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혼자 의자에 앉아 믹스 커피를 마십니다.

[김종기/인천국제공항 방문 노인 : 날씨 더우니까 친구들하고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잠시 뒤 친구가 왔습니다.

익숙한 듯 장기를 둡니다.

[{가만히 있어 봐.} 무르는 거 아니지.]

저녁 6시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김종기/인천국제공항 방문 노인 : (일은) 인테리어 같은 걸 했고. 그런데 올해부터는 못하겠더라고, 힘들어서. 문화생활 같은 건 익숙하지가 못 해.]

이곳은 인천공항 전망대입니다. 앉아서 바깥 구경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대부분 노인분들입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게 잘 보여서 여기를 찾아온 겁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도 다양합니다.

[오세홍/인천국제공항 방문 노인 : 여기 오면 가슴이 훤해요. 넓은 데서 비행기 이착륙하는 거 보고 그러면 마음이 시원해요, 아주.]

이들이 공항을 찾는건 눈치볼 필요가 없어섭니다.

[박용길/인천국제공항 방문 노인 : 집 앞에도 백화점 있고 다 있지만 들어가면 눈치 보여, 오래 앉아 있으면. 여긴 신경 쓸 거 없잖아요, 그쵸? 시간 구애받지 않고.]

젊은 사람들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강화자/인천국제공항 방문 노인 : (공항이) 시원하니까 그러지. {카페나 영화관 이런 데는 안 가세요?} 생전 안 가지. 노인들이 가면 싫어하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고단한 현실을 잊을 수도 있습니다.

[이현수/인천국제공항 방문 노인 : TV 같은 것도 보는 한계가 있잖아? 몇 살부터는 고독을 느끼면서 그냥 무의미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거예요. 나로서는 피신처지 뭐.]

먼 공항대신 익숙한 공원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김옥화/용남어린이공원 방문 노인 : 내가 좀 외로운 사람이에요. (공원에서) 같이 사귀고 그러죠.]

이 위가 지붕처럼 덮여 있어서 노인분들이 비를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습니다. 바로 뒤엔 경로당이 있는데 이곳은 이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박봉식/용남어린이공원 방문 노인 : 내가 벌써 경로당 가요? 나이 많은 사람들 가는데.]

비를 피해 모인 탑골공원 정자는 이미 만석입니다.

[김봉기/탑골공원 방문 노인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오는 거지.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 다녔죠. 갑자기 나이를 먹으니까 할 일도 없어요. 일자리도 없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한정란/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면 그것만 알려주지 말고 당신이 지금 나이에 어떤 서비스들을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지도 함께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마음 둘 곳을 찾아 공항으로 공원으로 길을 나서는 노인들. 하루는 누구에게나 같은 24시간이지만 노인들에겐 유달리 느리게 흘러갑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박태용 / 영상그래픽 : 장희정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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