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려는 왼쪽 날개” 통합 자리서 이념 편 가른 윤 대통령

유설희·김윤나영 기자 2023. 8. 2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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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위 2기 출범식서 “양쪽 방향 다르면 새 날 수 없다”
“반국가세력” 지칭한 광복절 축사 이어…또 진보 진영 겨냥
정의당 “한쪽 날개 꺾으려 드는 대통령이 사회 퇴행의 원인”
통합위 1주년 성과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 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 하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 한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 인사말에서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과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한국 사회에서 오른쪽 날개가 상징하는 보수는 문제가 없고 왼쪽 날개인 진보가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야당과 진보 진영을 겨냥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이라고 맹비난을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통합이 아니라 이념 대결을 부각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윤 대통령은 고 리영희 선생 저서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속 문구를 빌려 진보 진영은 새의 왼쪽 날개, 보수 진영은 오른쪽 날개에 비유했다. 윤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가지 방향이 좀 다르지만 진영 간 대립과 갈등, 건설적인 경쟁, 이런 것들이 벌써 200여년 전부터 있어왔다”며 “새가 하늘을 날려면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다 필요하다고, 이것을 빗대어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서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떤 새는 앞으로 가려 하고 어떤 새는 뒤로 가려 하는데,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 하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 한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모두 어떤 쪽이든, 어떻게 조화를 하든 날아가는 방향,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은 일치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더 자유로운 가운데 더 풍요롭고 더 높은 문화와 문명 수준을 누리는 것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이 지구에서 사는 모든 인류와 평화롭고 번영되는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결국 우리의 방향인 것”이라며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과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는 점은 국민통합을 추진해나가는 모든 분이 공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야당 등 진보 진영은 근본적으로 ‘방향’이 틀렸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렇기 때문에 왼쪽 날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우리 사회가 자유, 평화, 번영, 그리고 인권과 법치를 지향하는 사회로서, 우리 모두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완벽한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애쓰고 고민하는 위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새는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지만 다른 목소리를 부정하고 한쪽 날개로만 날아오르려던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 본인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자신의 국정철학을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로 구분 짓고, 반대하는 쪽은 무조건 차별하고 무참히 탄압해왔다”며 “국민통합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자꾸만 사회의 한쪽 날개를 꺾으려 들고 거대한 퇴행을 자행하는 대통령의 행보에 원인이 있다”며 “날아가는 방향이 같지 않아 보이는 건 대통령이 홀로 뒤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끊임없이 진보 진영을 적대시·악마화하는 언설로 혼자만의 외로운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철 지난 색깔론과 상대 진영을 겁박하는 반쪽짜리 대통령의 행보로는 절대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설희·김윤나영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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