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동관 임명 강행…‘언론장악’ 쐐기
청문보고서 없는 ‘16번째 고위직’
재송부 시한만료 이튿날 바로 단행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16번째 고위직 인사다. KBS와 MBC 사장 교체 시도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야당과 언론단체들은 “ ‘언론장악 기술자’가 방통위원장이 됐다”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위원장 임명을 재가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국회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전날 만료되자 이날 곧바로 임명한 것이다.
여야는 지난 18일 이 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이후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야당은 자녀 학교폭력 의혹과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장악’ 논란 등을 들어 윤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1차 청문보고서 송부 시한인 지난 21일이 지나자 윤 대통령은 그 다음날 청문보고서를 전날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 기한은 2일에 불과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초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임기가 지난달 말까지였던 한상혁 전 위원장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조작 관여 혐의로 기소했다.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30일 한 전 위원장을 면직했다.
이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후 1년3개월 동안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16번째 고위직 인사로 기록됐다.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1기 내각 인사들의 임명을 강행했다. 지난달 28일에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임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언론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방통위는 남영진 KBS 이사장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며 사전 정지 작업을 했다. KBS 이사장으로는 보수 성향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해촉했다.
“정부 비판 신문은 정치수사·감사 대상 될 것”
특히 KBS 이사회와 방문진 구도가 여권 우위로 재편되면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오는 28일 취임식 직후 곧바로 방통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놓았다. 29일에는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비판적 언론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과거 선전·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 신문·방송을 언론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영방송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노조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공동선언을 내고 “이미 뒤집힌 KBS, 방문진의 이사진 여야 구도를 지렛대로 삼아 정권의 낙하산 사장들을 공영방송에 꽂아 넣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KBS2와 YTN 지분 등 공적 미디어 체제의 자산들을 가능한 한 많이 자본에 팔아넘겨 친자본적인 미디어 지형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그동안 대통령이 외쳤던 공정, 상식, 정의는 모두 허구이고 기만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밝혔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KBS와 방문진 이사장, 방심위원장을 쫓아낸 이상 방통위의 다음 미션은 KBS와 MBC 사장 교체, YTN 매각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은 죄다 정치수사, 정치감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언론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편향된 공영방송을 정상화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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