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이라도 아껴야지"…반년 만에 1000만개 넘게 팔렸다 [오정민의 유통한입]

오정민 2023. 8.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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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매출 올해도 '고공행진'
GS25의 '김혜자 도시락' 모델인 배우 김혜자씨가 지난 2월 GS25 전용공장 후레쉬퍼스트에 방문해서 도시락을 시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GS리테일 제공

사회초년생 A씨는 월급날을 앞둔 월말엔 주2회 이상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A씨는 "식당에서 설렁탕 한 그릇 먹고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 1만5000원에 육박한다. 월세와 교통비는 줄일 수 없으니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두번 모임이라도 가지려면 점심값을 아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생활물가 고공행진 속 '편도족'(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올해도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고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6년 만에 돌아온 GS25의 ‘김혜자 도시락’은 반년 만에 1000만개 넘게 팔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1분에 40개씩 불티난 '혜자 도시락'…편의점 도시락 매출 30~40% 증가

세븐일레븐 주현영 도시락./사진=세븐일레븐 제공

2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주요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이 고성장했다. 올해(8월24일 기준) CU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2.1% 늘었고, GS25의 경우 44.4% 뛰었다.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도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김혜자), CU(백종원), 세븐일레븐(주현영) 등 주요 편의점은 지난 2월부터 연예인을 내세운 도시락으로 편도족 지갑 열기에 나섰다. 

특히 과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도시락으로 입소문을 타며 '혜자롭다'는 신조어를 낳은 김혜자 도시락은 지난 2월 6년 만에 재출시 후 매출 500억원을 올렸다.

GS25의 '김혜자 도시락' 모델인 배우 김혜자씨가 지난 2월 GS25 전용공장 후레쉬퍼스트에 방문해서 도시락을 시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GS리테일 제공


GS25에 따르면 지난 2월14일 출시한 '혜자로운집밥도시락'(이하 김혜자도시락) 7종 판매량은 반년 만에 1000만개를 넘었다. 7월 해당 상품 취급 GS25 점포당 김혜자도시락 월매출은 평균 약 74만원에 달했고, 전체 도시락 상품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2% 뛰었다.

GS25 측은 "자사 도시락으로는 역대급 판매 속도로 1분에 약 40개씩 팔린 셈"이라며 "현재까지 직접 매출 효과는 약 500억원이며, 이를 연간으로 환산 시 1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혜자도시락 선호도는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성별비는 남성이 61.5%, 여성이 38.5% 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 28.9%, 30대 27.1%, 40대 26.5%, 50대 15.8% 순으로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과거 편의점 도시락은 주머니가 가벼운 20대가 선호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이제는 전 연령대로 확산한 분위기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 3월 선보인 주현영 도시락은 지난달까지 700만개가 팔렸다. 사진=세븐일레븐


또다른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 3월 선보인 주현영 도시락은 지난달까지 700만개가 팔렸다. CU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만든 간편식도 8년간 판매량이 3억8000만개에 달한다.

 편도족 늘어난 사연…외식비 오르고 지갑 사정은 팍팍

CU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내세워 8년간 판매한 간편식 갯수는 3억8000만개에 달한다. 사진=BGF리테일


이는 생활물가 고공행진 속 주머니 사정이 나빠져 외식비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카드 고객의 외식업종 건당사용금액을 100으로 기준을 삼으면 2분기 사용금액은 96.2로 3.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연령대에서 1분기보다 2분기 외식 건당 이용금액이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20대가 93.4로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40대(96.1), 30대(96.5), 50대(96.6), 60대(98.5), 70대 이상(98.8) 등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체 외식 인당 이용금액 자체는 2분기 104.4를 기록해 1분기보다 4.4%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는 3.3% 늘어난 수치다. 신한카드는 "전 연령대에서 인당 사용금액이 증가한 것은 물가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외식비용이 늘어난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외식물가는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은 2.3%(전년 동월 대비)에 그쳤으나 먹거리 물가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가공식품의 경우 6.8% 올랐고, 외식 물가도 5.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여름 음식으로 꼽히는 냉면은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이 지난 6월 1만1000원을 넘어섰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7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 가격은 1년 사이 5~9%대 올랐다. 자장면(6915원)이 지난해 7월보다 9.8% 올라 7000원에 육박했고, 복달임 음식으로 인기가 높은 삼계탕(1만6692원) 역시 8.5% 뛰었다.

이같이 물가가 오르자 소비자 지갑 사정은 한층 팍팍해졌다. 올 2분기 가구당 실질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45만850원으로 1년 전보다 5.9%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실질 가처분소득은 물가 영향을 고려한 실질소득에서 이자비용,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소비 둔화 속 편의점 도시락 수요 증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편의점은 소비경기 침체 속 경기방어적 성격이 짙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도시락 수요 급증 등 반사이익을 누리는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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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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