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부, 오염수 정보 차단해 여론조작…‘전쟁 가능 국가 만들기’에도 쓰일 것”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결정 방식이 위험한 이유는 자민당 정권이 비슷한 방식으로 ‘전쟁 가능 국가 만들기’를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2020년부터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후쿠시마 지역 문제를 취재해온 마키우치 쇼헤이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 것은 민주주의 기본 절차를 무시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3년 동안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밀어붙인 과정을 취재해 지난 7월 저서 <날조된 합의>를 출간했다. 오염수 방류 이틀째인 25일 마키우치를 후쿠시마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2006년 아사히신문에 입사하자마자 3년간 후쿠시마 지역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서 후쿠시마에 애정을 갖게 됐다. 그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도쿄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에 오자마자 마키우치는 원전 사고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책임의 주체는 지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2020년 문을 연 ‘동일본대지진 원전재해전승관’을 찾았는데, 주민들의 피해 자료만 모아놨을 뿐 정부와 도쿄전력의 책임을 언급한 기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고 했다. 그가 도쿄전력과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파헤치기 시작한 이유다.
마키우치는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은 안전하다’는 안전신화 만들기에 급급했을 뿐, 재난 상황 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은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다”면서 “동일본 지역 대지진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정부와 도쿄전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행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오염수 대응 방식에서도 반복됐다. 그는 “2013년부터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능 오염수가 쌓여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관련 회의를 이어왔다”며 “하지만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고 시간만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과정을 지켜보며 일본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민주주의 국가는 대화와 합의를 거쳐 결정을 내리는 것이 기본 과정인데, 오염수 방류 결정에선 이런 단계가 모두 생략됐다는 것이다.
“방류 결정 민주주의 절차 무시”
그는 “제대로 대화를 하려면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일본 정부가 했던 일은 대화는커녕 정확한 정보를 없애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더 걱정하는 것은 프로파간다를 통해 오염수 방류 강행에 성공한 자민당이 같은 방식으로 ‘전쟁 가능 국가 만들기’에 나설 가능성이다. 6월 통과된 ‘방위장비품 생산 기반법’의 계획서에는 ‘방위산업의 매력화’ 항목이 포함됐다. 마키우치는 “말 그대로 전쟁산업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의 연관어인 방위산업에 대한 회피의식 등 ‘풍평(소문) 피해’를 줄이고 방위산업의 경제적 효과와 기술 첨단성을 부각해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사업이란 것이다. 그는 “현재 대다수의 일본 국민들은 전쟁을 반대하지만, 정부가 ‘오염수 방류는 피할 수 없다’ ‘후쿠시마를 부흥해야 한다’고 했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전쟁은 국가를 위해 좋은 것’이라는 프로파간다를 내건다면 오염수 방류 사태와 마찬가지로 ‘날조된 합의’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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