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생’ 따질 필요 없는 ‘평어’ 어때[책과 삶]
말 놓을 용기
이성민 지음
민음사 | 208쪽 | 1만6000원
“성민아, 안녕?” “성민, 안녕!” 이 두 인사는 존댓말일까, 반말일까? 대부분 당연히 반말이라고 할 것이다.
<말 놓을 용기>에 따르면 전자는 반말이지만, 후자는 ‘평어’다. 철학자이자 번역가인 저자 이성민은 이 책에서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평어를 쓰자고 독자들을 설득한다.
평어는 ‘이름 호칭+반말’로 구성된 새로운 한국말이다. 평어에서 이름 호칭을 쓰는 법은 간단하다. 이름만 부르는 것이다. 가령 ‘성민’이라고 부르는 것은 평어이고, ‘성민아’라고 하면 반말이 된다. 그는 ‘아, 야’를 비롯해 ‘언니’ ‘형’ ‘선배’ 같은 호칭들이 “가족 프레임과 학교 프레임을 끌고” 오며, “이런 프레임은 성인의 자율적인 사회적 삶에 적합한 프레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너, 야’는 반말이지 평어는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평어는 반말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저자는 평어와 반말의 차이를 스마트폰과 휴대전화의 차이와 같다고 말한다. 휴대전화는 휴대가 가능한 전화기지만, 스마트폰에 전화는 인터넷, 사진 촬영 등 여러 기능 중 하나에 불과하다.
‘평어 사용’을 제안하고 다닌다는 저자는 평어가 개인 생활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는 “한두 살 나이차로도 형, 아우를 따져야 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 가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역시 친구나 동료”라며 “한국인의 수직적 문화가 잘 없어지지 않는 데는 언어가 작용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낯설고 어색한 평어 사용보다 반말과 존댓말 둘 중 하나를 없애버리는 것이 더 간단하지 않을까. 저자는 반말은 태어났을 때부터 쓰기 시작하는 ‘자연어’이기 때문에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서로를 낮추지도, 높이지도 말고 ‘동등하게’ 대하는 말을 써보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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