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아셨냐" 대선 당시 질문 놓고 이재명 재판서 검·변 공방

구진욱 기자 황두현 기자 2023. 8. 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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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전례 비춰볼 때 사전 질문 몰랐다면 이재명 항의했을 것"
PD "대본엔 없던 질문"…이 대표 측 "당시 앵커 즉흥적 질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8.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황두현 기자 = 지난 대선 당시 방송사 인터뷰에서 고(故)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묻는 질문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사전에 오고 갔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당시 제작을 맡았던 SBS PD는 '대본에는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2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의 11차 공판기일을 열고,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 몰랐다' 발언이 불거진 지난 2021년 12월22일 'SBS 주영진 뉴스브리핑' 제작을 맡았던 보도팀장 A씨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은 김 전 처장의 사망한 다음날 이 대표가 직접 출연해 생방송으로 이뤄졌으며, 주영진 앵커의 "개인적으로 성남시장 재직 때는 좀 아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논란이 됐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생방송 출연 전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방송이 끝난 이후 이 대표가 따로 방송 제작과 관련해 항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이는 과거 이 대표가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MBC와의 인터뷰에서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해 우회적으로 사회자가 질문하자 사전에 조율되지 않는 질문을 해 약속을 어겼다며 갑작스레 인터뷰를 중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묻는 사전 질문지를 받아 봤을 것이며 이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대표의 과거 전례를 비춰볼 때 방송 직후 항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A씨는 검찰의 "이재명 측에 전달된 대본에 김 전 처장 사망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냐"고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문기를 시장 재임시절 아셨냐는 질문은 있었냐"는 질문에는 "대본에도 사전 질문지에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전달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보통 출연자가 오면 사전에 정해져있으면 사전 질문지를 그 전에 주고 협의 끝에 대본을 준다"며 "(김 전 처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 대표와 실무진들이 도착할 때쯤 김 전 처장 사망과 관련된 내용이 인터뷰 질문에 포함돼있다는 내용이 담긴 대본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이 대표 측의 항의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그런 일 없었다"고 답했다.

반면,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생방송 전 이 대표가 바뀐 대본을 확인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상황과 주 앵커의 즉흥성 여부를 확인했다.

후보자 사이 질문과 답변이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는 토론의 경우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기에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미리 준비한 자료에 의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연설 등의 경우와 달리 토론회는 후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기에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봤다.

이어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해 질답, 주장, 반론하는 것은,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 측은 "주 앵커는 대본을 전달 받고 있는대로만 질문하는 편이냐, 아니면 취지만 벗어나지 않으면 변용을 하냐"는 질문에 A씨는 "변용해 질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 앵커가 관계 여부를 묻는 질문 전후로 '안타까운 죽음은 없어야 한다', '민주당 논평'등에 대해 어떻게 보냐 등 물었던 것도 사전 질문지에 포함돼 있었냐"라는 질문에 A씨는 "없었다"고 답했다.

사망 관련 내용은 급히 추가 됐기에 확인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 않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A씨는 "당시 이 대표와 참모진이 스튜디오쪽으로 내려온 이후 대본을 전달했지만 불평은 없었다"며 "그 시점에 김 전 처장 관련 질문이 추가돼있었는데도 후보 측에서는 '왜 이런 질문 추가됐냐' 등의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 공판 에는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현지 보좌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후에는 이 대표에 대한 의혹 검증에 나섰던 국민의힘 이기인(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의원은 '성남시장 시절 김씨를 몰랐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황당무계하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성남시의회에 근무해 보면 이재명 시장이 사람을 잘 기억하고, 또 4명의 처장 가운데 (김씨는) 1명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보좌관은 'SBS 주영진 뉴스브리핑'답변 내용을 누가 준비했을까라는 질문에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와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투기중단 국민행진'참석탓에 오전 재판을 불출석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재판에는 직접 출석해 자리를 지켰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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