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총괄 복귀' 양현석, '보복 협박' 꼬리표 뗄수 있을까[★FOCUS]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오랜 기간 묶여 있던 보복 협박 재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그간 공익 제보와 진술 번복 강요 등의 주장을 펼쳐온 연습생 출신 한서희의 전격적인 '처벌 불원' 입장이 4번째 항소심 재판에서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대표와 YG 매니저 출신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 4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한서희가 다시 증인으로 출석해 보복 협박 관련 정황에 대해 증언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양현석은 지난 2016년 8월 당시 YG 소속 그룹 아이콘 멤버였던 비아이가 마약을 구매해 흡입했다는 혐의와 관련, 공익제보자 한서희를 회유·협박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현석은 자신이 한서희를 불러 '(연예계에서)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거듭 부인해왔지만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공포심을 유발하는 해악 고지를 한 것이 명백하다"라며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보복 협박이나 강요죄로 처벌하려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공포심으로 의사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번복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러 사정을 종합하더라도 양현석 전 프로듀서의 발언이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충분한 증명이 되지 않았다"면서 양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사실관계 인정과 법리 해석을 잘못했다"라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양현석이 YG 사옥에서 피해자를 만나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언행을 했으며 이해 대해 소속사 관계자가 방조했다고 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들의 행위가 비난 받지 않을 수 없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아이콘 리더로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한빈(비아이)이 LSD 등 마약 범죄를 저질렀고, 피고인은 김한빈의 범죄를 무마하려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선 2차, 3차 공판에서도 양현석은 보복 협박을 일관되게 부인해왔고 한서희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한서희의 주장과 이를 둘러싼 정황들은 양현석의 주장과 상당 부분 배치돼 왔기에 재판이 결론으로 향하기까지 속도가 붙지 않고 지지부진한 채로 양측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1심에 이어 다시 증인석에 참석한 한서희의 이날 모습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1심 당시 격앙됐던 태도는 한결 사라진 듯 보였고 무언가를 내려놓은 것 같은 무덤덤한 대답에 약간의 차분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일부 증언에 있어서 기억을 떠올리는 데 힘든 기색도 보였던 한서희는 오랜 재판을 거치며 몸과 마음이 지친 채로 대답을 하다 결국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피고인(양현석)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였다.
"최후변론처럼 될수 있는데 6년 전부터 일반인과 연예인 사이 애매모호한 위치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재판을 받으며 4년이 지나면서 지치고 양현석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만을 바랐습니다. 너무 힘들었는데 제가 원한 건 진심어린 사과였습니다. 지금 그럴 기미가 안 보여서 유감이지만 이 싸움을 끝내고 싶습니다. 피고인이 벌을 받는 것보다 아무도 미워하고 싶지 않고 이 자리에 오게 된 것도 이 재판이 나로 인해 잘못되지 않길 바라서 나왔습니다. 만약 (양현석이) 사과만 했더라면 이 자리에 안 왔을 것입니다."
이 발언을 하면서 한서희는 감정에 복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서희가 양현석의 보복 협박 혐의와 관련한 자신의 주장까지 굽힌 건 아니었다. 2016년 8월 YG 사옥으로 향해 양현석을 만나 또 다른 피고인인 YG 매니저 출신 김모씨로부터 넘겨받은 비아이와의 마약 관련 대화 캡쳐 내용을 확인하고 자초지종을 물어보며 "진술 번복을 해라. 너 여기서 죽여버리는 거 일도 아니다. 나는 내 XX가 경찰서에 가는 꼴도 보기 싫다'라고 말한 정황을 1심에 이어 이날 증인 신문에서도 밝히는 모습이었다.
한서희는 양현석으로부터 진술 번복을 하라는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 제안을 거절을 하는 순간 어린 여성으로서 사람으로서 무서웠다. 여기서 내가 거절하면 큰일나겠구나. 화가 나서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현석의 사회적 지위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비아이 관련 제보 진술을 번복했다. 울음을 터트리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형사님이 내가 초범일 때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하니 챙겨주려고 했다. 그런 분 앞에서 거짓말하는 게 죄송스러웠다. 변호사는 YG에서 선임해줬다고 알고 있었다. 진술 번복 조력자로 인지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한서희가 증인석에서 오랜 시간 질문에 답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옆에서 피고인 자격으로 듣고 있던 양현석은 마스크를 쓴 채로 굳게 입을 다문 채 눈을 제대로 뜨지 않았다. 양현석 역시 오랜 재판 참석 여파로 지친 기색이 느껴졌다.
보복 협박을 주장했던 한서희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재판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미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한서희의 이번 입장 번복은 재판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게 됐고,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온 양현석 입장에서는 무죄 입증에 있어서 더욱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 결심하겠다"라며 다음 공판 날짜를 오는 9월 27일로 예고한 상태다.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양현석이 이번 보복 협박 혐의에서 자유로워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물론 검찰의 상고가 가능하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소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힐 확률은 판례 상 높지 않은 편이다. 2심 판결 시점이 빠르면 10월에서 늦어도 11월 안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양현석의 완전한 현업 복귀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미 양현석은 이 재판을 소화하면서 9월 베이비몬스터 데뷔를 직접 YG 채널을 통해 알리고 총괄 프로듀서 복귀를 선언했다. 9월 베이비몬스터 데뷔 활동에 블랙핑크 재계약, 트레저 국내외 활동 등 여러 이슈들을 이제 심적인 부담을 한껏 내려놓고 대표 프로듀서로서 진두지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볼수 있겠다.
서울고등법원=윤상근 기자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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