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면제 포기하고... 파키스탄 귀화 청년, 해군 부사관 됐다
6·25 전쟁 첫 승전인 대한해협 해전의 참전 용사 고(故) 조경규 상사의 손녀, 파키스탄 출신 귀화자 등이 포함된 170명의 해군 신임 부사관이 25일 하사로 임관했다. 현행 병역법상 귀화인은 군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이 귀화자는 이중국적도 정리하고 국군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해군은 이날 해군교육사령부 호국관에서 이종호 참모총장 주관으로 부사관 후보생 280기의 임관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 12일 입영해 11주간의 교육 훈련 과정을 완수했다.
참전 용사 조경규 상사의 손녀 조서윤(21) 하사도 이날 군문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조부인 조 상사는 6·25 첫날 부산으로 침투하는 북한 군함을 격침한 대한해협 해전의 주역이다. ‘부산 대첩’이라고도 불리는 이 해전은 북 병력 600명의 기습 침투를 저지한 결정적 전투였다. 당시 조 상사는 일등병조(현 하사 계급)였으며, 백두산함(PC-701)의 주계장(재정 담당)이면서 기관총·포 사수 임무도 맡았다. 대한해협 해전에서도 그와 전우들의 기관총 공격에 북 군함이 침몰했다.
조 하사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6·25전쟁과 해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매년 아버지와 대한해협 해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며 해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산대 해군부사관학부에 들어가 준비를 했다고 한다. 조 하사는 “오늘은 6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기일이라 임관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신임 하사 가운데 파키스탄 출신 귀화자인 아놀드 자웨이드(28) 하사도 주목받았다. 귀화 군 간부 탄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여전히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놀드 하사는 세 살배기 때 부모 함께 한국으로 온 후 초·중·고를 졸업했다. 2014년 고교 졸업 후 귀화를 신청해 2018년 국적을 취득했다. 이듬해 파키스탄 국적도 정리했다. 그는 대학은 우크라이나 국립대로 진학했는데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해 한국에 돌아왔다고 한다. 귀화자는 원할 경우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군 간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전부터 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그 열정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이에 평소 동경한 해군에 입대하기로 했다.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며 항해하는 생활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군 간부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후보생 훈련 중 무릎 부상을 겪는 등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동료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아놀드 하사는 여러 직별 가운데 추진기관을 택했다. 해군의 핵심인 군함의 심장인 엔진 등을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는 교육 기간 종합 성적이 우수해 이날 임관식에서 해군교육사령관상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아놀드 하사는 “귀화자 신분으로 해군 부사관의 길을 걷기까지 많은 부담과 걱정이 앞선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나 아니면 누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문장을 속으로 끝없이 되뇌며 충무공의 후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방부 장관상은 박수연 하사, 해군참모총장상은 정호원·홍승우 하사가 받았다.
이종호 참모총장은 축사에서 “미래 해군의 기반은 AI(인공지능) 기반 해양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 등이 될 것”이라면서 “(신임 부사관들은) 여러 영역에서 통합 작전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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