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삶을 잔잔히 담아낸 그림책…책장 덮고 떠오르는 얼굴[그림책]
자꾸만 작아지는 나의 부모님
지노 스워더 지음·서남희 옮김
파스텔하우스 | 48쪽 | 1만5000원
아이의 부모는 먼 나라에서 이민을 왔다. 부모의 신발은 낡았고 주머니는 텅텅 비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수레를 끌고 나간다. 그 모든 고생은 온전히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이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누리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의 세 번째 생일, 빵집에 들렀다. 케이크를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했다. 가게 주인은 “5센티미터, 당신들의 키”를 달라고 한다. 학비로 8센티미터를 내야 했고, 신발도, 교복도, 책도 사야 했다. 부모의 키는 점점 줄어들었다.
<자꾸만 작아지는 나의 부모님>은 호주로 이민한 부모의 희생 가득한 삶을 아이의 시선으로 잔잔하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호주어린이도서협의회(CBCA) 올해의 그림책(위너)을 수상했다.
아이는 쑥쑥 커가지만 부모는 슬금슬금 작아진다. 그만큼 아이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부모의 키를 대가로 지불했으리라. 힘겨운 세상살이지만 세 가족은 단란하다. 작은 침대에서 셋이 함께 편안하게 잠을 자고 옷도 서로 나눠 입고, 부엌에서 셋이 함께 춤을 춰도 전혀 비좁지 않다.
서양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또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어느 날 아이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 속상한 마음을 안고 집에 온다. 엄마는 말한다. “우리 마음은 그 아이들과 똑같이 넉넉해.” “우리 사랑도 그 아이들과 똑같이 따뜻해.”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아이를 온몸으로 감싸 안아준다. 책의 다음 장에는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가 그려져 있다. 매화의 ‘매(梅)’는 나무(木)와 어머니(母)로 이뤄졌다. ‘어머니 나무’라는 뜻이다. 부모는 키와 상관없이 “마음만은 우뚝우뚝 거인”이었다. 아이는 그 힘으로 세상을 이겨나간다.
부모의 따스한 사랑과 그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애틋함이 책 전반에 파스텔톤의 색채로 담겼다. 느지막한 저녁, 노란 불빛의 전등 아래서 춤을 추는 가족과 그 집을 비추는 노란 달빛은 왠지 모를 미소를 짓게 한다.
마지막 장면은 어슴푸레하면서도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는 부모의 뒷모습. 성인이 된 저자가 부모를 바라보는 애잔함이 묻어난다. 책장을 덮고서 어릴 적 항상 산처럼 든든했던, 지금은 나이 드신 부모님을 떠올려 본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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